(인,5일 9시)“죽을테면 죽어봐” 라이터 건넨 남자 ‘무죄’ 확정

파이낸셜뉴스       2008.10.02 19:16   수정 : 2014.11.05 12:15기사원문



온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하겠다는 사람에게 라이터를 건넸더라도 자살하겠다는 사람이 실제 자살의도가 없었다면 자살방조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5일 휘발유를 끼얹고 협박하는 상대를 향해 라이터를 던져줘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자살방조)로 기소된 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자살방조죄는 피해자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자살을 실행하도록 돕는 행위이지만 정씨는 정반대로 피해자 박모씨가 죽지 않을 것이란 전제로 라이터를 건넸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휘발유를 몸에 끼얹기 전에 담배와 라이터를 젖지 않도록 친구에게 맡긴 사실, 분신하기 전에 유언을 남기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볼 때 박씨가 휘발유를 끼얹은 것은 자살을 위한 결의가 아니라 옛 여자친구를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행위였던 것으로 본 원심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지난해 9월 여자친구의 옛 남자친구인 박씨가 휘발유를 끼얹은 채로 찾아와 승용차를 가로막으며 “여자친구가 내리지 않으면 보는 앞에서 죽어버리겠다”고 말하자 “죽는 게 그렇게 쉽냐, 그냥 가라”고 타이르다가 박씨가 말을 듣지 않자 “그럼 그냥 죽어라”고 말하며 라이터를 던져줬다.

박씨는 30초 정도 머뭇거리다가 실제로 몸에 불을 붙였고 결국 심각한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다가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사망했다.

이후 정씨는 자살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yccho@fnnews.com조용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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