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사회 아닌가/김성원 사회부 차장
파이낸셜뉴스
2009.01.16 17:34
수정 : 2009.01.16 17:34기사원문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내쫓고 우리 청년들은 글로벌 리더로 만들겠다며 해외로 보내려는 코미디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 콘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노동부는 최근 내국인 고용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조선족 등 해외동포의 취업 비율을 제한하는 ‘건설업 취업 할당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또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으로 대체할 경우 지원금을 준다는 규정도 새로 마련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해고하고 국내 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에게 ‘독려’할 태세다.
이 두가지 사안을 따로 떼놓고 보면 그럴싸 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 정책은 반인권적이며 실효성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최근 아시아 각국이 일제히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불황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외국인 근로자 줄이기’의 명분을 찾은 듯하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전체 말레이시아 노동자의 20%에 이르는 210만명 규모인 외국인 근로자 수를 동결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이 나라 이민국은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 151명을 본국으로 추방했다. 싱가포르도 약 5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줄일 예정이라고 각종 유력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우리의 경우 역시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동안 내국인들이 기피한 3D업종의 부족한 인원을 채우는 구실을 해왔다. 경기 침체로 3D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면서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눈총’을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인 데이터와 분석에 근거하지 않은 막연한 억측일 뿐이다.
외국인근로자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어렵고 힘든 일은 지금까지 중국 동포가 했는데, 내국인이 그것을 하게 될지 의문”이라며 “또 합법적으로 들어온 사람을 내보내고 내국인으로 채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반인권적”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협회 관계자도 “저임금의 조선족이 숙련된 노동자의 80%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내국인들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호형 서울조선족교회 인권센터 소장은 “한국말에 능숙한 중국동포들은 노동시장의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다”며 “겉으로는 동포 정책으로 포장해놓고 사정이 나빠지니까 배신하는 셈”이라며 동포사회의 여론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전국 중소기업과 공단지역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부터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일례로 경기 안산외국인통역지원센터의 취업 상담건수가 지난해 9∼11월에 221∼273건이던 것이 12월 648건으로 폭증했으며, 올 들어서도 16일까지 350여건을 넘기고 있다. 외국인 고용이 상대적으로 많은 중소 업체의 휴ㆍ폐업이 잇따라 이들의 ‘코리안 드림’에 직격탄으로 터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동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근로자들의 취업 제한은 불법체류자를 기하급수적으로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데 ‘불을 끼얹는’ 형국으로 발전해 프랑스 그리스 등에서 벌어진 인종 폭동과 같은 ‘거대한 시한폭탄’이 될 우려마저 있다.
내국인의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는 정부의 눈물겨운 노력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화두는 지구촌 전체의 보편적 정서로 작용해야 하지 않을까? 어렵겠지만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정책 구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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