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소재의 발달

승객을 가득 태운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강력한 엔진 못지않게 불필요한 무게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항공기의 발달은 항공기 엔진과 항공기의 뼈대와 몸체를 이루는 재료의 발달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초기 항공기의 주 재료는 나무였다. 전체적인 뼈대, 즉 구조를 나무로 만들고 그 위를 캔버스천이나 양철을 부착해 비행기를 만들었다. 이 후 알루미늄이 개발되면서 대부분의 항공기 동체는 알루미늄 합금을 이용해 제작됐다.

현재 항공기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알루미늄 합금은 알루미늄에 구리와 아연, 론마그네슘이 첨가된 '두랄루민(Duralumin)'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알루미늄 합금 외 금속 소재로는 티타늄 등이 이용된다. '두랄루민'은 열에 의한 팽창과 수축이 안정적일뿐만 아니라 가볍고 강도도 높아 항공기 동체의 주요 소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염분이나 수분에 의한 내식성이 약하고 용접성이 좋지 않은 단점도 있다.

이와 반대로 '티타늄'은 두랄미늄의 모든 강점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약점인 내식성과 열과 압력에 대해서도 좋은 물성을 나타내 항공기 소재로는 최고의 소재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무척 비싸고 가공이 쉽지 않아 우주선의 선체 재료와 같은 특수 목적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금속재료와 함께 차세대 항공기의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의 일종인 '컴포지트(Composite)'라 불리는 비금속 소재다. '컴포지트'는 'PEEK'라 불리는 고분자 물질에 흑연 구조를 가진 탄소섬유를 혼합해서 만든 섬유강화 플라스틱(FRP)으로 비행기의 동체나 날개 재료로 주로 사용된다. 'PEEK 컴포지트'는 탄소섬유의 대표적인 장점인 강한 강도와 플라스틱의 장점인 가벼움이 서로 보완 작용해 항공기 재료로 가장 적합한 소재다.

'PEEK 컴포지트'는 '두랄루민'보다 4배 더 단단하며 40% 정도 더 질긴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PEEK 컴포지트'로 항공기를 제작할 경우 현재 항공기에 비해 무게를 15% 가량 줄일 수 있으며 연료 소비도 약 20% 정도 줄일 수 있다. 또한 항공기의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도 30% 이상 절감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두랄루민' 소재의 항공기라면 6년에 한번씩 종합 부식 테스트를 받아야 하지만 'PEEK 컴포지트' 소재의 항공기는 비금속 소재의 특징인 강한 내식성으로 인해 종합 부식 테스트 12년 주기로 받으면 된다.

'PEEK 컴포지트' 소재는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컴포지트로 제작된 항공기는 동급 항공기에 비해 연료 사용량을 20% 이상 줄일 수 있어서 엔진 가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및 질소산화물의 배출을 30%정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엔진과 엔진외관에 특수 처리를 할 경우 소음을 85데시벨 이상 줄일 수 있어 비행소음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까지 줄일 수 있다.

이처럼 구조적으로나 친환경적으로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컴포지트와 같은 복합소재는 현재 항공기의 동체 일부나 날개로만 제작되는 단계에서 동체 전체로 제작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100% 복합소재로 제작된 항공기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지금 나무로 제작된 항공기를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듯이 금속 재료로 제작된 항공기 역시 쉽게 볼 수 없게 되지 않을까?

/글: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