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타,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파이낸셜뉴스       2009.06.08 18:19   수정 : 2009.06.08 18:19기사원문



지난 5일(현지시간) 베니스의 팔라초 제노비오. 오후 1시를 알리는 성당의 종이 울리자마자 ‘고향의 봄’ ‘정선아리랑’ ‘오빠생각’ 등의 한국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5명의 행위예술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원대 이주향 교수는 제노비오의 정원 한편에서 오체투지를, 한 남자는 일상의 계단오르기를, 한 여인은 방향 가리키기를, 한 여인은 전시회 관람을 위해 온 350여 명 사이를 바삐 오가며 길을 열어주고, 또 한 여인은 관람객에게 다가가 ‘너는 누구냐’는 질문을 던졌다.

뉴욕에 이어 ‘미술의 도시’ 베니스를 공략하겠다며 투지를 보여온 작가 김아타(53)는 온통 검은 옷에 검정 안경을 쓴 채 높이 10m의 리프트 위에 올라가 갑자기 손을 번쩍든 후 ‘인달라’ 작업을 위해 찍었던 사진 1만장을 한지(5×7인치)에 프린트해 허공에 날렸다. 한마리의 나비로 변한 그의 사진은 관람객에게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작가 김아타가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 바치는 5년 만의 퍼포먼스였다.

초대장에 ‘감히 공의 실체를 더듬어 보았노라’고 공언할 만큼 김아타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폐막하는 오는 11월 22일까지 특별전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나려는 몸부림을 보여주었다. 그 몸부림은 다름아닌 버리는 행위였다. ‘해체 시리즈’를 버린 뒤 ‘박물관 시리즈’를 낳았고 ‘박물관 시리즈’를 버린 후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명징한 메시지를 전하는 ‘온-에어(ON-AIR)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듯이 버림의 행위가 이끄는 곳으로 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김아타는 “앞의 것을 버리지 않으면 변할 수 없습니다. 버림에는 행위가 필요하고 버림이 클수록 버림의 농도도 짙어져야 합니다. 심지어 제가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을 위해 베니스에 온 것조차 버리려고 합니다”고 말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사무국이 인정하고 갤러리 학고재가 주관하는 이번 특별전은 한국인으로는 2007년의 이우환에 이은 두번째 전시다. 갤러리 1·2층을 3개의 방으로 나누어 ‘ATTAKIM:ON-AIR’라는 이름 아래 ‘얼음의 독백시리즈’, ‘온-에어 프로젝트’, 그리고 ‘온-에어 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된 ‘인달라 시리즈’의 작품 22점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실물의 10분의 1 크기 얼음조각으로 제작한 파르테논 신전이 2주일간 녹는 과정을 찍은 ‘파르테논 신전’과 작업과정을 스케치한 영상(40분)을 동시에 상영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김아타가 이번 특별전에서 가장 역점을 둔 작품은 ‘인달라 시리즈’. 2007년에 이어 지난해 5∼12월 델리, 워싱턴, 뉴욕, 도쿄, 모스크바, 프라하, 베를린, 파리, 로마를 한 도시당 1만 컷씩 촬영해 도시별로 이미지를 겹쳐 얻은 작품이다. 1만 컷의 이미지가 합쳐진 하나의 이미지는 작가가 늘 부르짖는 ‘색즉시공’이 결집된 표상에 다름 아니다.


이지윤 독립큐레이터는 “‘인달라 시리즈’는 작가 김아타의 ‘공(空) 사상’을 단박에 보여주는 작품으로 현재를 기록하고 재현하는 사진의 의미를 확장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진과 비디오 영상을 하나로 결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작업을 시도하겠다는 작가 김아타. 굳이 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부하고 종합예술가 또는 현대미술작가의 길을 걷겠다는 그의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작가 김아타가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팔라초 제노비오에서 ‘공(空)’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 리프트에 올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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