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입소문이 기업의 운명 가른다

파이낸셜뉴스       2009.11.01 18:19   수정 : 2009.11.01 18:19기사원문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사도록 만들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모든 기업들이 늘 안고 몸부림칠 수밖에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생사를 좌우하는 만큼 이 문제 해결엔 언제나 기업 역량이 총동원되는 법이다. 고객의 마음을 잡느라 TV나 유능한 세일즈맨, 연예인, 기업 총수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엔 고금을 꿰뚫는 한가지 진리가 숨어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마케팅에 쏟아 붓는다 할지라도 고객들이 전하는 ‘입소문’을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 고객충성도를 평가하는 ‘순추천고객지수(NPS·Net Promoter Score)’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정당한 기업이 대접받는 시회를 만드는 데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 언론사 최초로 기업들이 내세우는 상품을 대상으로 ‘순추천고객지수(NPS)’를 조사했다.

■NPS 보면 기업의 미래가 보인다

지난 2005년 미국의 자동차회사 제너럴 모터스(GM)는 권위있는 고객만족도 조사 기관 JD파워가 주는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떠들었다. 하지만 당시 GM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했고 채권은 정크본드로 하향 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고객 만족도와 기업의 성과가 반대로 나타난 단적인 사례다.

NPS는 이러한 기존 고객조사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입소문’이라는 마케팅 개념을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베인&컴퍼니’가 지표화한 것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이 기법을 이용한다.

NPS를 구하기 위해선 먼저 ‘거래하는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얼마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고객에게 던져 0∼10점의 점수를 매긴 답변을 받는다. 9∼10점은 추천고객, 7∼8점은 중립고객, 0∼6점은 비추천고객으로 분류한 뒤 추천고객 비중에서 비추천고객 비중을 차감해 NPS를 구한다. 이 수치가 크면 해당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NPS와 기업성과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NPS 점수가 극과 극인 기업이라도 수익 규모가 같을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론 NPS 점수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갈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NPS가 높은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할 것이며 낮은 NPS를 기록하는 기업은 퇴보할 것이라고 ‘베인&컴퍼니’는 말한다.

‘베인&컴퍼니’는 낮은 NPS를 기록하고도 수익을 내는 기업을 ‘나쁜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고 부른다. 당장 이익을 내더라도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을 짜증스럽게 한다면 그런 불만은 곧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게 마련이고 결국 그 기업은 얼마 가지 않아 타격을 입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기업 이익의 15∼20%는 나쁜 이익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핵심은 이런 나쁜 이익을 파악해 이를 줄여 나가는 것이다. ‘베인&컴퍼니’는 흔쾌히 추천해 주는 고객의 비중을 꾸준히 늘리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NPS 높을수록 기업성장 쑥쑥

NPS라는 말을 내놓은 베인 팀은 NPS와 관련된 응답이 실제 추천이나 재구매 행동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는지 분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항공사의 경우 1999년에서 2002년까지 3년 동안 NPS와 회사의 평균성장세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당시 50이 넘는 NPS를 기록하면서 노스웨스트, 델타, 유나이티드 등을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세계적인 PC업체인 델(Dell)은 관련 분야에서 가장 높은 NPS를 기록하면서 성장률이 경쟁사에 비해 월등했다.

2004년 영국 베인 팀의 분석 보고서도 결과가 비슷했다. 영국의 유통업체인 아스다(ASDA) 체인은 가장 높은 NPS를 기록했고 슈퍼마켓 체인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보험업체 중 삼성화재가 NPS와 성장세에서 모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NPS 한계 있지만 효율적 마케팅 방안 제시

물론 NPS도 다른 조사방법론과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조사대상군을 찾기가 쉽지 않다. 조사대상에 따라 이해관계에 얽매어 잘못된 결론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이베이에 대한 상인 평가점수의 97% 이상이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베인&컴퍼니는 전한다. 나쁜 점수를 줄 경우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선입견이 만들어 낸 결과다. 이렇다보니 정확한 측정지표를 찾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추천고객의 충성도를 100% 믿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또 NPS가 높다고 무조건 성장한다고 판단하는 것도 곤란하다. 기업이 커가는 데는 고객 로열티 외에 다른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과점 시장이나 특정 기업이 유통채널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에는 NPS가 낮아도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NPS가 효율적인 마케팅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틀림없다. 베인&컴퍼니는 “기업이 고객을 추천고객, 중립고객, 비추천 고객으로 분류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더욱 빠르게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객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지 못한다면 어떤 기업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

실제로 이런 점을 감안,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임원의 보상과 고객 피드백 점수를 연계하고 있다.
고객 로열티가 성장을 결정 짓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고객 로열티 없이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좋은 이익’과 ‘나쁜 이익’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kmh@fnnews.com 김문호 김경수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