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존치 “인권후진국 후퇴” VS “아직 시기상조”
파이낸셜뉴스
2010.02.25 17:21
수정 : 2010.02.25 17:21기사원문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1996년 첫 합헌 결정 이후 14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25일 대심판정에서 형법 41조 등 위헌제청 사건에 대해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1996년 재판관 7대 2의 의견에 의한 합헌결정과는 달리 이번에는 합헌 의견이 5명으로 가까스로 합헌결정해 논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간존엄, 가치 위배 안돼
헌법 110조 4항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 등에 한해 단심으로 할 수 있되 사형을 선고한 경우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의해 사형이 형벌로 규정되고 그 형벌조항 적용으로 사형이 선고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권리”라면서도 “범죄예방을 통한 국민의 생명보호, 정의실현 및 사회방위를 위한 공익이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 박탈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형이 다수의 무고한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한정적으로 선고되는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오판 가능성, 사법제도 숙명적 한계”
헌재는 아울러 사형은 심리적 범죄예방, 극악 범죄에 대한 정의 실현, 재범 가능성 차단 등 면에서 정당한 공익적 목적을 갖고 있고 수단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사형은 무기징역형이나 종신형을 능가하는 가장 강력한 범죄 억지력을 갖고 있는데다 형사재판에서 오판 가능성은 사법제도가 갖는 숙명적 한계이지 사형이라는 형벌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날 합헌결정을 하면서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는 인간 생명이 충돌하거나 공익을 침해하는 경우 국가가 어떤 생명, 또는 법익을 보호해야 하는지 ‘규준’을 제시했다.
사형제도로 달성되는 공익 보호가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 박탈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지 않고 범죄의 잔혹함에 비해 과도한 형벌이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사형은 공익 달성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수단으로 삼는 게 아니라 경고기능을 무시,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부과하는 것으로 그들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다만 합헌 의견 중에도 사형대상 범죄 축소, 문제되는 법 조항 폐지, 국민적 여론 및 시대 상황 변천에 따른 제도 개선, 존폐 문제의 입법적 개폐 등의 보충 의견도 있었다.
이에 앞서 광주고법은 지난 2008년 9월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남녀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어부 오모씨(72)의 신청을 받아들여 사형제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57명에 대해 사형이 확정됐으나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23명에게 사형을 집행한 후 12년 동안 집행하지 않아 국제 앰네스티에 의해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jjw@fnnews.com 정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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