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물 살리기’에 나서자/이병욱 환경부 차관

파이낸셜뉴스       2010.03.21 17:49   수정 : 2010.03.21 17:49기사원문

지난 1992년 유엔 총회가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선포한 이후 18회째를 맞이하는 올해 물의 날 주제는 바로 '물 살리기'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 주제에 공감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살아가는 데 있어 물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깨끗한 물을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 같은 전 지구적 주제에 별 관심을 갖지 않을 것 같다.

물은 생명체가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으로 그 양과 질이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인구 증가와 더불어 도시화 및 산업화에 따라 물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가 물 부족의 위협을 받고 있다. 유엔은 2008년 세계 물 부족 인구가 7억명에서 2025년에는 3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구온난화 등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급격한 기후변화나 기상이변이 가져오는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는 물 부족과 함께 재산피해와 질병까지 동반, 현재 수백만∼수십억명의 사람이 물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사실 물 살리기에 대한 시급한 요구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08년 말 남동부 지방을 휩쓸었던 심각한 가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역시 물 부족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계절별·지역별 강수량 편차가 심한 데다 국토의 65%가 산악지형이고 하천경사가 급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국지형 홍수가 일시에 발생하기 쉽다. 또 겨울가뭄이 자주 발생하는 등 갈수기에는 물의 양이 적어 하천 수질오염을 가중시키고 수자원 이용 측면에서도 불리한 자연여건을 갖추고 있다. 더구나 지표수에 대한 의존율이 90%에 이르다 보니 수질오염 사고가 나거나 수량이 부족할 때는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정부는 하천을 되살려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생활환경의 질을 높이며 재난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물 부족에 대비, 물그릇을 키우고 홍수 등 재난방지와 함께 수질개선 및 건강한 수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4대강 살리기는 생태관광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녹색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4대강 외에 나머지 지방하천들도 생태계의 건강성을 되찾기 위한 사업을 함께 추진해 국민이 하천살리기 사업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수질오염에 따른 영향이 큰 비점오염원을 집중 관리하고 유역관리를 강화하는 등 하천 수질을 개선하는 노력도 포함된다.

한편으로 기존의 물을 '아끼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조사된 전국 수도관 누수율은 12.8%로 연간 5200억원 상당의 아까운 수돗물이 그냥 새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막고자 지리정보시스템(GIS)을 도입해 상수관망을 정비하고 있다. 또 빗물, 중수도, 하·폐수 등 버려지는 물의 재이용을 확대하고 절수기기 보급과 물 사용량 표시제를 도입하는 등 효율적인 물 절약으로 깨끗하고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물이 부족한 지역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고 지역 간 물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영세한 소규모 수도사업을 광역화하고 광역상수도의 급수체계를 조정, 물 과부족에 따른 지역 간 물 이동을 촉진할 계획이다. 농어촌과 섬지역 등 시설이 취약한 지역에는 상수도 보급을 확충하고 기초생활수급가구의 낡은 수도관 개량과 수도요금 경감 등으로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물 복지를 실현할 계획이다. 이 밖에 미래의 블루오션이 될 물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코자 관련제도 개선 및 기술개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물 살리기'란 깨끗하고 풍부한 물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인류를 비롯한 지구 생명체의 존속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다. 물은 시간이 갈수록 석유가 차지했던 가장 소중한 자연자원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며 미래사회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기에 수자원의 유지와 관리를 위한 범국가적인 노력을 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맑은 물이 풍부해 '∼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 왔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으로 불리며 물 좋기로 소문났던 나라의 명성에 걸맞도록 물의 절약과 효율적인 이용을 통해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해 나감으로써 녹색성장을 이뤄 나가야 할 것이다. '물의 날'을 맞이해 우리 모두가 '물 아껴 쓰기'부터 실천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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