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용 ‘타코벨’ 대표 “멕시칸음식 한국서 통합니다”
파이낸셜뉴스
2010.08.24 05:35
수정 : 2010.08.23 22:38기사원문
엔지니어이자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인 인사가 돌연 멕시칸 요리를 한국에 소개했다. 그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2년여간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연구한 이후 한국에 와선 자동차 부품 사업을 벌였다. 자동차 부품 관련 특허만 27개를 보유한 인물이 외식업에 뛰어들었다는 자체부터 난센스다.
이는 타코벨코리아의 신상용 사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기업, 그것도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에서 근무했던 이가 외식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은 그를 만나는 순간 사라져버렸다.
신 사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야심차게 출시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이유를 아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마케팅을 잘못해서 또는 제품을 알리지 못해서라는 뻔한 답변을 늘어놓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무리 좋은 제품이고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고객이 없는 제품을 만들어선 안됩니다.” 타코벨 역시 이미 한국시장의 수요를 확인했기에 론칭했다는 설명이다.
신 사장이 그들을 제치고 한국 사업자로 선정된 에피소드만 봐도 그의 성향이 드러난다. 대기업보다 뛰어난 자본력도 마케팅능력도 그에겐 없었지만 결국 얌브랜드가 그를 선택한 이유는 그의 시장분석 능력 때문이다.
타코벨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3개월 동안 한국 소비자의 성향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40쪽의 보고서를 작성, 얌브랜드에 제출한 것이 그와 타코벨을 이어준 끈이 됐다.
서비스 형태도 기존 미국식 다이닝(dinning) 레스토랑 개념을 벗어났다. 이미 타코벨은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국내에 진출했다 20년 전 쓰디쓴 실패를 맛봤기에 더더욱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이 필요했다. 신 사장은 미국에서 새롭게 선보인 퀵서비스레스토랑(QSR·Quick service restaurants)으로 옷을 갈아입은 타코벨을 국내에 소개, 현재 1호점에 평일에만 1000명의 고객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 패스트푸드가 빠른 서비스만 강조했다면 타코벨은 건강하고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하면서도 저칼로리 메뉴가 주를 이루고 가격거품을 빼 최하 1000원대부터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빠른 서비스는 기본이다. QSR와 패스트푸드의 차이는 이태원의 타코벨 1호점에서 몸소 체험할 수 있다.
“타코벨은 카테고리상으로 구분하면 패스트푸드입니다. 하지만 햄버거로 대표되는 ‘정크푸드’와는 다릅니다. 얇은 토르티야(탄수화물), 신선한 야채(비타민 및 무기질), 고기(단백질) 등 균형을 갖춘 영양소로 만들어진 메뉴를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빠른 서비스를 시행하기 때문에 10년 뒤면 QSR의 대명사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온화한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낮은 가격대로 인해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가격 대비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가치소비’에 중점을 두는 트렌드는 타코벨은 물론 신 사상에게는 호재다. 이익을 낮추고 많이 파는 ‘박리다매(薄利多賣)’형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매장 수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인 셈.
안테나숍인 이태원 1호점은 오픈 첫날에는 2500여명의 방문객이 몰려 하루 종일 장사진을 이뤘다. 평일에는 일 평균 1000여명, 주말에는 일 평균 1500여명이 찾고 있으니 오픈 한달 만에 이태원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외국인이 많은 이태원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성공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을 하곤 한다. 하지만 매장을 찾는 고객의 70∼80%가 한국인임을 감안하면 상권의 특수성을 이유로 타코벨을 깎아내리는 것은 경쟁사의 시기 어린 질투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 FHI코리아라는 자동차 쿨링시스템 전문기업을 운영 중인 신 사장은 생소한 두 기업을 모두 해당 분야 최고 반열에 올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10년 뒤 자동차 쿨링 분야와 외식 분야에서 그가 이뤄낼 성과가 기대된다.
/yhh1209@fnnews.com유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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