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현존하는 SF기술, 왜 실용화 안될까

파이낸셜뉴스       2010.12.30 17:12   수정 : 2010.12.30 17:09기사원문

▲ 공상과학(SF) 기술인 듯한 미 공군의 보잉 YAL-1 ‘레이저 비행기’. 개조된 여객기에 탑재한 메가와트급 레이저를 발사해 탄도미사일을 격추시킨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사용하기엔 덩치가 너무 크고 사용비용 등에 문제가 있어 현재 미 공군은 이 비행기가 ‘전략적으로 유효하지 않다’며 추가지원을 포기했다.


공상과학(SF)영화나 소설을 보면 자주 등장하는 무기가 레이저 권총이다. 어느 기존 총알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적을 공격하는 권총 크기의 레이저무기는 아직까지 실용화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레이저를 이용해 수술도 하고 보석세공도 하며 강철도 자르고 있다. 이미 레이저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는데 왜 실전에 배치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다소 ‘맥 빠지는’ 한 가지 문제점에 있다. 지속적 상력을 갖출 정도의 레이저 무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장치가 너무 무거워 병사가 짊어질 경우 전투력이 오히려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미 현존하는 SF기술들은 많다. 일례로 이미 공간이동도 부분적으로나마 실존하는 기술이다. 1997년부터 ‘양자 공간이동’이란 실험을 통해 광자의 정보를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고 있으며 지난 5월 중국 과학자들은 이를 89% 정확도로 16km거리까지 보낼 수 있게 됐다.

또 하나의 SF기술인 개인용 초고속로켓부스터도 존재한다. 단지 인간이 이를 장착할 경우 충돌이나 추락에 대비한 안전기구와 5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연료체계가 미흡할 뿐이다.

■경제성, 수요, 인프라가 실용성 정해

전문가들은 오늘날에는 인류가 지난 몇십년 동안 상상했던 SF기술들의 상당부분은 실험실에선 이미 구현됐거나 혹은 정 원할 경우 부분적으로라도 실현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경제적 비용 대 효능, 수요층의 크기, 그리고 개발한 장비를 보조하는 인프라가 구축됐는가의 여부일 뿐이다. 앞서 말한 레이저 권총의 경우 에너지원이라는 보조장비의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해 실용적이지 않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임현 기술예측단장은 “실험실 수준에서 이뤄진 기술개발 시기와 사회적용 시기는 수십년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다”며 “설사 경제성 등이 적절하다해도 안전성, 조작편이성 등이 보장되야 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임 단장은 한 예로 ‘비행자동차’를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꿈꿔오던 비행자동차가 이미 수년 전부터 개발됐지만 당장 실생활에 적용되긴 어렵다. 평균적으로 1기 제작에 10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며 비행조종기술을 익혀야만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중에서 벌어지는 ‘교통사고’를 감안한다면 안전성은 더욱 문제다.

■기술의 발전방향이 아닌 ‘트렌드’ 방향으로 기술개발

때문에 현존하는 SF기술들이 있다해도 단 한번도 실용화되지 않고 잊혀질 가능성도 높다. 1950년대에는 원자력 관련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소형원자력 진공청소기’가 21세기초반 모든 가정에서 일상화될 것으로 보았다. 또한 웬만한 감기는 목에 직접 방사선을 쬐여 염증 등을 가라앉히는 간편한 치료가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시의 기술발전 방향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나온 예측으로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안전이나 비용 때문에 폐기된 미래기술이다.

따라서 미래기술을 예측하는 방법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 임 단장은 “10여년 전까지는 기존 기술들의 발전방향을 통해 미래의 ‘업그레이드’된 기술의 활용을 예측했지만 이제는 사회적 수요, 문화 등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거기에 걸맞는 어떤 기술이 개발될 지를 예측한다”며 “심지어는 현재 아무 것도 개발되지 않은 미래기술이라 할 지라도 그 기술이 미래 트렌드에 맞다면 개발과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동향”이라고 설명했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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