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년전보다 줄어든 인간 두뇌 퇴보일까 진화일까
파이낸셜뉴스
2011.01.23 14:48
수정 : 2014.11.07 06:03기사원문
“지능은 뇌의 크기에 비례하는가.”
인간의 두뇌 크기는 2만∼3만년 전보다 줄어들었다. 그럼 인간의 지능도 동반 퇴보했을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과학자들은 포유동물의 뇌 크기는 단순히 자신이 선택한 생활양식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감각시스템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뇌가 줄어들어든 것은 퇴보라기 보단 효율화를 극대화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류의 두뇌가 약 2만년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미국 위스콘신대학, 듀크대학 등의 고고인류학 연구팀들은 유럽, 중국, 남아프리카, 호주 등에서 발굴된 두개골들을 조사한 결과 평균 150㎤ 가량 크기가 감소했다.
과학자들은 뇌의 크기가 줄어든 것에 대해 “인류가 기술문명의 발달과 분업화로 ‘직접 고민하고 생각하기’의 다양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인들은 오감을 늘 증폭시킨 상태로 사방을 경계하는 뇌활동, 빠른 암산력, 복잡한 숲속의 오솔길 위치 암기하기 등의 ‘고민’을 동시다발적으로 할 이유가 거의 없다. 따라서 경제성과 효율을 위해 점차 두뇌의 크기와 함께 기능도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집약적 연산처리가 중요하다
뇌신경 전문가들은 뇌의 크기가 줄어든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두뇌 크기가 두뇌의 복잡성이나 지능과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센터 정수영 박사는 23일 “만일 두뇌 크기와 지능이 무조건 비례한다면 여자보다 두뇌 크기가 큰 남자의 지능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여자와 남자의 지능은 동일하다”며 “두뇌 크기로만 보면 고래들이 지구 최고의 지성체여야 한다”고 말했다.
두뇌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많은 정보가 전기신호로 신경을 타고 집약적으로 연산처리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간을 포함한 고등동물들은 단순히 뇌의 크기만 키운 것이 아니라 효율적 신호전달체계를 만들었다.
고등동물의 신경은 ‘수초’라는 구조들이 감싸고 있다. 수초는 일종의 지방물질로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다. 따라서 수초 덕분에 우리 두뇌와 몸의 신경을 지나는 전기신호들은 불필요하게 이곳저곳 분산되지 않고 필요한 곳에 빠르게 전달된다.
연체동물 등 하등동물에겐 없고 인간에게 극도로 발달한 것이 바로 수초다. 수초 덕분에 비교적 큰 덩치를 가진 인간이나 코끼리 등의 긴 신경회로들이 빠르고 복잡한 신호처리를 할 수 있다. 만일 수초가 없다면 인간의 뇌는 몸통보다 더 크고 무거워야 한다.
따라서 인간의 두뇌가 2만∼3만년전보다 줄어들었다 치더라도 이는 지능에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효율적이고 집약적인 두뇌로 서서히 진화하는 단계일 수도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정 박사는 “신형 노트북이 20년전 데스크탑보다 덩치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성능이 퇴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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