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위한 서비스? 카드사만 배불리는 ‘리볼빙’

파이낸셜뉴스       2011.02.07 22:09   수정 : 2011.02.07 22:09기사원문

"카드 이용하시다보면 결제일을 잊어버리거나 통장에 잔고가 부족해 제 날짜에 결제를 못하실 때가 있잖아요. 이렇게 연체가 되면 신용등급도 떨어지고 높은 연체이자까지 물어야죠. 그래서 저희 카드사에서는 우량고객분들에 한해 '특별히' 결제금의 일부만 결제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해드리고 있습니다. 평소처럼 결제하시다가 미처 돈을 준비하지 못했을 때 통장에 최소금액만 넣어두면 되는 거죠."

리볼빙 서비스에 대한 카드사의 설명을 들으면 아주 유익한 서비스로 느껴진다. 내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주는 것 같고, 신용등급이 좋은 우량고객으로 대우받는 것 같아 잠시 우쭐해지기까지 한다. 평소 현금서비스나 할부구매를 꺼리던 사람들도 리볼빙은 '혜택'이라는 말에 솔깃하게 된다.

명칭도 그럴싸하다. KB카드는 '페이플랜(Pay Plan)', 롯데카드는 '회전결제서비스', 현대카드는 '자유결제서비스', 신한카드는 '프리미엄(Premium) 리볼빙'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카드사에는 '효자'

그러나 모두 고객의 지갑을 노린 카드사의 '낚시질'일 뿐이다. 무슨 대단한 혜택을 주는 것처럼 포장해서 말하지만 사실 리볼빙은 카드사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다주는 대출상품에 불과하다. 리볼빙을 신청하면 카드 결제대금이 부족할 경우 부족한 결제대금은 다음달로 이월된다. 카드결제액이 부족하다는 전화나 문자도 없다. 다음달 카드 청구서에 고리의 이자가 더해져 나올 뿐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리볼빙만한 효자도 없다'고 할 만큼 핵심 수입원이다. 일단 가입만 시켜놓으면 이용자들이 중도상환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결제액이 지속적으로 이월되고, 카드사는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무려 260만명 이상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리볼빙 서비스는 또 카드사의 가장 큰 '적'인 연체율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도 먹는' 셈이다. 리볼빙 사용이 늘어나면서 2005년 말 10%를 넘었던 전업계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2% 아래로 '뚝' 떨어졌다. 카드대란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고객에게는 '빚 폭탄'

리볼빙 서비스도 장점은 있다. 카드사의 홍보 문구처럼 결제액 가운데 일부만 갚으면 신용불량에 빠지지 않고 계속 카드를 쓸 수 있다. 탄력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적어도 우량고객들에게는 그렇다.

그러나 빚에는 장사가 없다. 최고 이자율이 30%에 육박하는 빚이라면 더욱 버텨내기 힘들다. 게다가 리볼빙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는 금전적인 여유가 많지 않은 서민들이 대다수다. 경기침체로 가계소득이 줄면 리볼빙이 '돌려막기'로 이어지면서 연체채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신용한도 1000만원, 결제비율 10%, 수수료율 20%의 조건으로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하고 월 200만원씩 사용할 경우 대략 7개월이 지나면 한도가 차 더 이상 카드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남은 결제금액은 많은 수수료를 내면서 두고두고 갚아야 한다.

올해는 KB카드 분사 등으로 인해 카드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사나 합병을 하는 회사들은 가입실적과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카드론이나 리볼빙 등 현금대출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카드이용자 입장에서는 '쉽게 빌려 쓸 수 있다'는 카드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면 자칫 수렁으로 빨려들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리볼빙 증가에 대해 과거 '카드대란'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시한다. 지난 2003년 당시 카드사들은 무차별적 카드 발급도 모자라 이용한도를 마구 늘려줬다.
그러다 경기가 꺾이자 카드빚은 '폭탄'이 됐고 카드사들은 다시 이용한도를 줄여버렸다. 결국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돌려막기를 하던 카드 이용자들은 카드가 줄줄이 연체되는 늪에 빠졌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고용 악화로 소득이 줄고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카드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올해 금리마저 오를 경우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커져 카드 연체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blue73@fnnews.com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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