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철강사도 포기한 초고강도강 세계 첫 상용화한 포스코

파이낸셜뉴스       2011.02.22 19:08   수정 : 2011.02.22 19:08기사원문

【광양(전남)=정상균기자】 지난해 12월 30일, 눈발이 날리던 전남 광양항에 20t짜리 자동차강판(두루마리 형태로 둘둘 말아놓은 철판) 하나가 배에 실렸다. 하루 수십만t의 물량이 오고가는 항만이지만 이날 유럽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로 처음 수출되는 이 자동차강판은 탄생이 남다르다. 포스코가 8년여에 걸쳐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초고강도강(고망간강·TWIP(트윕)강)이다. 가볍고 강한 미래 자동차강판으로 부가가치가 일반 자동차강판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꿈의 소재'다.

■개발 포기 직전까지 간 트윕강

지난 2009년 1월 자동차강판 트윕강 연구프로젝트팀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팀 발족 6년 만에 '프로젝트를 접는다'는 소문과 함께 팀 해체설이 돌았기 때문. 이런 말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팀 책임자였던 진광근 부장(현 상무보)은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빨리 성과를 내라"는 일부 경영진의 말이 가슴에 꽂혔다. 그동안 두 명의 실무팀장이 교체되고, 진 부장이 다시 팀장을 맡으면서 이 사업을 정리해야할지, 밀고 나가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이론상으론 되는데, 실제 생산라인에서 만들면 품질이 안나왔어요. 그게 가장 힘들었지요." 지난 6년여간 트윕강 개발에 매달리면서 땀 흘린 시간들이 스쳐갔다.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끝까지 해보라"는 최고경영자의 변함없는 지지는 힘이 됐다. 진 부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짚어나갔다. 문제는 불량률을 줄이는 일. 그간의 모든 실험자료를 다시 정리하고 필요없는 것들을 줄여나갔다. 테스트 방식도 단순화했다. 연구인력을 집중시키고 서로 간의 정보 소통도 빠르게 했다.

같은해 12월, 진 부장은 무릎을 탁 쳤다. "너무 많은 변수를 점검하다 보니 지엽적으로만 파고 들었지요. 해답을 곁에 두고 지나친 거였죠." 트윕강 슬래브(널찍한 철강 반제품)부터 다시 만들어 열연강판 라인에 투입했다. 조건이 까다로운 트윕강 생산을 위해 수년째 호흡을 맞춰왔던 연구진과 생산기술자들이 다시 힘을 합쳤다.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불량률이 확 떨어진 것이다. 유럽, 일본 철강사들도 중도에 포기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수년간 엉켜있던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데, 중간에서 풀려고 했으니 안 풀렸죠. 처음부터 다시 풀어야지요. 그게 해답이었습니다."

이후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국내는 물론 유럽, 일본 등 유수 자동차메이커들이 포스코 트윕강을 갖고 제품개발에 들어갔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현재는 일반 자동차강판 수준으로 프로세스 및 단위공정 기술을 올려놓았다. 또 용융도금, 전기도금 제품 등 트윕강 제품을 다양화하는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21일 광양제철소 포스코기술연구원에서 만난 진 상무보는 "이제는 어떤 규격으로 얼마나 만들건지, 적정가격을 어떻게 정할건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최고의 트윕강 제품은 생산라인 사람들 손끝에서 나온다"며 생산기술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트윕강' 적용 첫 차 유럽서 출시

유럽 자동차 메이커에 첫 수출 물꼬를 튼 포스코는 올해 본격적으로 유럽 자동차 업체에 트윕강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유럽 자동차메이커는 트윕강을 자동차 범퍼 내부 뼈대부위에 적용한다. 이 회사는 트윕강을 경차 새 모델에 적용하고 앞으로 모든 차종에 이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메이커들도 트윕강이 적용된 부품개발을 진행 중이며 오는 2013년 이후 모델에 적용한다. 현대차는 트윕강을 적용한 4개 부품 개발을 이미 완료했다.

트윕강 관련시장만 연간 최대 10조원 규모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진 상무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신모델을 2∼3년 앞서 선행개발하고 있어, 오는 2015년에는 트윕강이 자동차강판 중 주력제품이 될 것"이라며 "특히 포스코가 원천기술을 갖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 트윕강이 회사 이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 자동차 '꿈의 소재' 트윕강

트윕강은 자동차 경량화의 핵심소재로 쓰인다. 무게가 가벼우면서 초고강도이자 가공성도 좋기 때문. 특히 트윕강은 안전과 직결된 차체의 뼈대로 쓰이게 된다. 트윕강의 강도는 1000메가파스칼(MPa·가로 세로1㎜ 면적에 100㎏의 힘을 견디는 수준). 보통 자동차 외판재(300MPa)보다 3배 이상 높은 강도다.

생산에서도 이점이 많다. 포스코는 처음부터 기존 열연, 냉연강판 생산라인을 그대로 활용해 트윕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김성규 포스코기술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일반 제강, 열연, 냉연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해 원가절감과 생산성이 뛰어나다"며 "또 특허를 우리가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철강사들이 이를 피해서 개발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skjung@fnnews.com

■사진설명='꿈의 자동차 소재'라 불리는 초고강도 철강재인 트윕강(TWIP강·고망간강)을 만들 수 있는 슬래브(반제품)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세계 최초로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유럽 자동차메이커에 트윕강을 첫 수출하고 올해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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