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랜드마크 6번 출구 왜 ‘10번’으로 바뀌나
직장인 이은화 씨(29)는 강남역에서 지인을 만날 때면 주로 6번 출구에서 약속을 잡는다. 근처에 각종 음식점들과 의류매장, 악세사리 샾 등이 즐비해 활동을 하기에 편하기 때문. 하지만 이씨는 앞으로 ‘10번 출구’에서 약속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6번 출구의 번호가 10번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오는 9월부터 강남역 지하철역 출구가 대대적으로 바뀌게 돼 혼란이 예상된다. 출구번호 변경은 신분당선 개통에 따른 것으로 총 8개였던 출구가 12개로 늘어나면서 생기는 변화다. 이에 따라 기존의 3, 4, 5, 6, 7, 8 번 출구가 각각 7, 8, 9, 10, 11, 12번으로 변경된다. 1, 2번 출구는 기존 번호 그대로 유지된다.
강남역은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시설이 많아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특히 6번과 7번 출구 방면을 중심으로 상업지구가 들어서 있어 이 두 출구는 단순한 지하철 출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강남역 6번 출구는 강남역의 대표적인 랜드 마크이자 약속 장소로서 지인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항상 붐비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이번 출구변경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네티즌 ‘Morn*****’는 “강남역 6,7번 출구는 단순 출구 번호가 아닌 거의 ‘장소 이름’으로 굳어졌는데 저게 무슨짓인가”라고 전했다. 직장인 황연지씨(27) 역시 “이미 시민들이 익숙해진 6, 7번 출구를 왜 굳이 바꾸려는지 모르겠다”며 “말 그대로 시민 편의중심이 아닌 탁상공론 중심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가게들은 불필요한 지출을 하게 된다. ‘강남역 X번 출구’라고 쓰여진 가게 명함이나 광고문구, 홈페이지 내용 등을 전부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공항철도 개통과 함께 출구번호를 변경한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상인은 “숫자 하나 바뀐 것 때문에 명함과 광고문구를 다시 제작해야 했다”며 “블로그 등에서 정보를 보고온 손님들로부터 출구번호가 왜 다르냐는 항의도 많이 받았다”고 토로했다. 강남역 6번 출구 인근 한 술집의 사장도 “바뀐다는 생각을 해본적 없는데 당황스럽다”며 “바뀌게 된다면 여라가지로 골치가 아파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렇게 시민들과 상인들에게 불편을 야기시키면서 까지 출구번호를 바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 당국은 정해진 방침에 따라 처리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교통정책과의 최연우 주무관은 “강남역 지하철 출구번호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부여된 것”이라며 “기준대로 부여하지 않는 경우 또 다른 민원이 발생하는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지하철역 출구는 시계방향으로 1번부터 순차적으로 부여하게 돼 있다.
하지만 원칙에 의한 번호부여는 사용자가 아니라 관리자 입장의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강남역 인근 직장에 다니는 박길현씨(가명·32)는 “강남역 6번 출구 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만 물어봤어도 이런식으로 번호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전공의 신치현 교수는 “시계방향으로 출구번호를 부여하는 기준은 택시기사 등 에겐 편할 수 있지만 규칙을 잘 알지 못하는 시민들의 경우 불편할 수 있다”며 “지난 번 3색 신호등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무리 좋은 원칙에 의한 것이라 해도 시설 사용자의 친숙하지 못하다고 하면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umw@fnnews.com 엄민우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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