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공연 앞둔 뮤지컬 '위키드' 두주인공 "우린 진짜 마녀.."
파이낸셜뉴스
2012.04.25 16:25
수정 : 2012.04.25 16:25기사원문
스물아홉 동갑내기 두 여배우는 4년 전 호주 맬버른에서 처음 만났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의 호주 초연 배우 오디션장에서였다. "꼭 붙을 거야." 서로의 등을 두드렸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이듬해 '위키드' 리허설장에서였다.한 사람은 초록마녀 엘파바 언더 배우로, 한 사람은 앙상블 중 한 명으로 뽑힌 상태였다. 시간은 흐르고 슬슬 두 사람은 무대 중앙을 장악하기 시작한다. 한 명은 주역 엘파바, 한 명은 그의 단짝 친구인 금발미녀 글린다로 배역을 업그레이드시켜 호주 뮤지컬 시장을 뒤흔들었다. 뮤지컬 여배우 젬마 릭스(29), 수지 매더스(29)가 그들이다. '위키드'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최근 입국한 두 여배우를 25일 오전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났다.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2003년 미국 브로드웨이서 초연된 '위키드'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뒤집어놓은 뮤지컬이다. 초연 후 전세계적으로 매출 25억달러(3조원), 3000만명 관객을 동원한 초대형 인기작. 국내 공연은 2008년 호주서 공연된 버전으로 올려진다. 제작진, 배우 모두 호주 출신이다. 호주팀은 싱가포르에서 최근 공연을 끝냈고 아시아 두번째 투어 지역으로 한국을 골랐다. 작품의 매력은 기발한 스토리, 블록버스터급 무대 세트, 카리스마 넘치는 초록마녀와 아기자기한 금발마녀 캐릭터 등 갖가지다.
젬마와 수지의 실제 삶은 작품 속 배역과 은근히 닮아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 수지는 네 살에 호주로 이민와 고교 때부터 음악을 공부했고 대학에서도 음악을 전공했다. 졸업 후엔 유명 배우들을 대거 배출한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아카데미(WAAPA)'에서 뮤지컬을 공부한 뒤 학위도 땄다. "부모님 덕분에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었다"는 엄친아 출신. 그는 진지한 학구파 이미지를 풍겼다.
젬마는 "음악 감각은 두 살 때 형성된 거 같다"고 말하는 자신만만 여걸이다. 거친 인생도 마다않는 스타일이다. 10대 후반기 4년동안 그는 뷰티 테라피스트 자격증을 따 이 업계에 몸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밤엔 음악 밴드 리드 보컬로도 활동했다. 그러다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 무작정 멜버른으로 가 오디션을 본 뒤 2006년 일본 유니버설스튜디오 데뷔 무대를 가졌다. 그는 엘파바로 총 800여회(싱가포르 공연 포함) 무대를 소화했다. "그래서 한국 공연은 문제 없다"며 화통하게 웃는다. 수지는 "젬마의 가창력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두 사람은 공연이 있는 기간엔 철저히 금욕의 시간을 갖는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아요. 말도 많이 안합니다. 시간만 나면 그냥 쉴려고 해요." 이런 삶이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처음엔 고단했지만 이제 익숙해요. 슬슬 낮시간엔 다른 일도 합니다. 가령 장도 보고 살림을 살아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들은 '위키드'의 가장 큰 매력으로 "여자들의 우정,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따뜻한 이야기"라고 했다. 공연은 내달 31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시작된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