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연설·주제발표/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파이낸셜뉴스       2012.06.28 18:03   수정 : 2012.06.28 18:03기사원문





"기존 경영체제를 '해킹(파괴)'해야 합니다. 과거의 관료주의적 조직으론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죠. 모든 직원이 혁신에 나서고, 회사 내 계층 구조를 없애야 합니다."

파이낸셜뉴스와 방송통신위원회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역붕괴…창조적 공생'이라는 주제로 공동 개최한 '제3회 모바일 코리아 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대부분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개인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는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살아남고, 시장이 요구하는 혁신을 일구기 위해서는 조직의 구조 자체를 이에 적합한 '네트워크'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게 하멜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를 기존의 경영체계를 '해킹'해야 한다는 말로 표현했다.

하멜 교수는 '고어텍스' 섬유를 제조하는 업체 고어를 예로 들었다. 고어는 조직이 피라미드형이 아닌 네트워크 구조로 형성돼 있다. 네트워크 구조에서는 상사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리더'라는 개념만 있기 때문에 리더와 팀원 간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게 강조된다. 그런 가운데 팀원들 간에 자연스러운 발전적 경쟁이 형성되기 때문에 조직은 정체돼 있지 않고 늘 변화.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팀 운영에 대한 모든 권한은 팀원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구성원 간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하멜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전통적인 상명하달식 조직을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빌 게이츠에게만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의 큰 변화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MS는 과거 관료주의적 조직이 효과적이었던 시대에는 ICT 시장의 리더 역할을 했지만, 이후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해 모바일 등의 시장 진출 기회를 놓쳤다. 하멜 교수는 대부분 조직이 중요 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상부에만 부여하고, 상부조직은 필연적으로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에 결국 이런 조직은 변화에서 밀려난다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결정은 구성원들이 함께 정하도록 해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유선전화 시대에는 최상단의 교환장치만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 반면 휴대폰이 대중화된 시대에는 각각의 휴대폰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기업 구조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멜 교수는 "사회는 변화하는데 경영은 과거 속에 갇혀있다"며 "휴대폰이 대중화된 시대에 유선전화를 고집하면 성과가 낮아지는 것처럼 기업들이 과거의 방식을 답습함으로써 성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멜 교수는 네트워크 구조에 기반한 조직에서 개인의 재능을 발현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미 개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구조 속에서 여러 사람과 평등하게 구성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명하달'식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구성원 개개인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레 만들어질 수 있다. 그는 "직원들이 목적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창조적인 경제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근면성이나 복종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멜 교수는 "요즘은 용기.상상력.창의력.열정.주도력 같은 것이 재능이 된다"며 "직원이 어떻게 조직에 봉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할 게 아니라 직원들에게 어떻게 목적의식을 만들어 이런 재능을 발휘하도록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이구순 팀장 최갑천 임광복 권해주 이설영 김영선 김유진 기자 사진 서동일 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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