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이불,양면 거울로 비춰 본 무한한 이미지의 순환
번들번들한 전시장 바닥 위에 축조된 구조물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내부에는 다각도로 세워진 거울이 공간을 반사하고 구조물 중간에 위치한 양면 거울은 무한의 이미지를 순환시키며 미로를 만들어낸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설치미술가 이불(48)의 신작 '비아 네가티바(Via Negativa)'다.
지난 2월 세계적인 미술관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던 이불이 신작을 들고 국내 관객을 찾는다. 오는 11월 4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이불' 전에는 '비아 네가티바' 등 대규모 설치작품 4점과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드로잉, 모형 등 220여점이 나왔다. 이번 전시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이불의 두번째 개인전이자 국내서 펼쳐지는 그의 네번째 개인전이다.
전시장 2층에는 '비아 네가티바'를 비롯해 '벙커(M. 바흐친)' '수트레인(Souterrain)' 등 모리미술관에서의 회고전 이후 제작된 신작들이 설치됐다. '비아 네가티바'는 시각적 구조에 대한 이불의 끊임없는 탐구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부정을 통해 신을 규정하려는 신학적 방법론을 차용했으며, '나의 거대서사' 시리즈의 하나로 만들어진 '벙커(M. 바흐친)'은 조선의 마지막 왕손 이구의 불행한 삶을 구조화했다.
'사이보그'(1997~2011년), '아나그램'(1999~2005년), '나의 거대서사'(2005년~현재) 시리즈와 최신작인 '비밀 공유자(The Secret Sharer)' 연작의 드로잉 등이 전시된 이곳에선 현재진행형으로 확장하고 있는 이불의 예술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이불은 이번 전시와 관련, "기존 작업과 달리 내가 작품을 통해 관객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에 대해 다른 방식의 시도를 해본 것"이라면서 "짧은 기간 대규모 전시를 준비하면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작은 빛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번 나온 작품들은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뮤담(2013년)과 영국 버밍엄 아이콘 갤러리(2014년) 등에서도 순회전을 가질 예정이다. 관람료 3000~5000원. (02)733-8945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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