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이지만 예술적인 ‘19禁 춘화’..옛 사람의 삶과 풍류展
파이낸셜뉴스
2013.01.07 16:54
수정 : 2013.01.07 16:54기사원문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두 남녀의 운우지정(雲雨之情)이 뜨겁다. 자리도 깔지 않고 옷을 입은 채 허연 엉덩이를 드러낸 것을 보니 꽤나 급했던 모양이다. 망건을 쓰고 배자(저고리 위에 덧입는 조끼 모양의 옷)를 걸친 청년은 누나 뻘은 되어 보이는 여인의 등판에 잔뜩 얼굴을 파묻은 채 달떠 있다. 하지만 속곳을 내리고 곰방대를 입에 문 나이 든 기생의 표정은 젊은 양반댁 자제의 춘정(春情)이 영 마뜩찮은 듯 냉랭하다.
단원 김홍도(1745~1806)와 혜원 신윤복(1758~?)의 '19금 춘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15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와 두가헌 갤러리에서 열리는 '옛 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전이다.
이번 전시에 평문을 쓴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우리 춘화는 진달래꽃이 만발한 곳이나 물이 한껏 오른 버드나무 옆에서 남녀상열지사가 이뤄지는 등 서정적으로 표현된 경우가 많다"면서 "그림에서 배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든지 유머가 유독 강조된 것도 다른 나라 춘화와는 비교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 밖에도 조선 후기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한 공재 윤두서(1668~1715), 관아재 조영석(1686~1761), 긍재 김득신(1754~1822), 심전 안중식(1861~1919), 기산 김준근(19세기 중엽~20세기 초) 등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그린 풍속화 60여점이 동시에 나온다. 특히 평민 출신의 풍속화가 김준근의 작품들은 이번에 새로 발굴된 미공개작으로 조선 후기의 일과 놀이, 관혼상제, 관리와 형벌, 무속 등 다양한 주제를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또 청전 이상범(1897∼1972)의 스승이기도 한 심전 안중식이 돌잔치, 혼인, 장원급제, 관찰사 부임, 회혼례 등 성공한 양반의 화려한 일대기를 10폭 병풍에 담은 '평생도'도 이번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전시는 오는 2월 24일까지. 관람료 3000~5000원. (02)2287-3591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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