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산유국 꿈꾸는 미국
파이낸셜뉴스
2013.06.14 17:06
수정 : 2013.06.14 17:06기사원문
5년 뒤엔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원유 생산국 1위는 러시아, 2위는 사우디아라비아, 3위가 미국이다. 러시아의 생산량은 하루 평균 1073만배럴로 전 세계 생산량의 12.65%를 차지한다. 사우디는 957만배럴(11.28%), 미국은 902만배럴(10.7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원유 매장량이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을 억제하고 수입에 의존해 왔다. 중동이 정정불안에 휩싸여 원유 조달이 어려워지면 비상조치를 발동해 국내 생산을 늘려 수급을 조절하다가 정세가 안정되면 수입을 재개하곤 했다. 이를 두고 학자와 연구가들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에너지를 비축해 두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이 돌연 석유 생산에 박차를 가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은 자국 소비량을 고려할 때 국내 생산만으로 최소 50년은 버틸 수 있고 석유가 동나기 전까지 제3의 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태양열과 원자력, 풍력, 수력 등 대체에너지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셰일층 유정개발 기술 발달로 인해 석유는 물론 천연가스 생산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으로선 더 이상 원유 개발을 미룰 필요성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경제와 안보다. 20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해 온 미국은 금세기 들어 중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일본을 넘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미국을 위협하는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말 현재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7조3100억달러(약 8260조원)로 미국 14조9900억달러(약 1경6940조원)의 약 절반까지 따라붙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매년 2~3%에 머물고 있는 반면 중국은 10% 가까운 고속 질주를 지속해 오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10년 내 미국과 중국의 GDP 순위가 바뀔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제조업이 강한 국가가 세계를 제패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은 산업혁명을 통해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제조업을 발판으로 영국을 누르고 세계의 패권국이 됐다. 다음은 중국 차례다. 중국은 과거 미국처럼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국은 머잖아 미국을 능가할 공산이 크다.
미국이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저가의 에너지와 고품질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보다 원료비 면에서 불리하다. 게다가 초고속 경제성장에 따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노동비용이 급상승하고 있어 갈수록 중국의 가격경쟁력은 저하될 것이다.
반면 미국은 에너지 값이 하락하고 생산비가 낮아지면 해외로 빠져나갔던 제조업체들이 국내로 회귀할 것이다. 이는 고용시장 활성화와 소비 확대, 생산 및 국부 증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져 중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초강대국 지위를 연장시킬 수 있다. 또 에너지 자립이 이뤄지면 미국 경제는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에서 자유로워지고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5조달러(약 1경695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국가부채도 줄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에너지 개발을 서두르게 된 본질적인 이유다.
kis@fnnews.com 강일선 로스앤젤레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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