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과 유리의 차이

파이낸셜뉴스       2013.07.12 04:14   수정 : 2014.11.05 10:53기사원문



우리가 어릴 적에 한 번쯤은 본 적이 있는 그림형제의 동화집에 백설공주라는 동화가 있다. 백설공주를 구박, 학대하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한 못된 왕비는 벌을 받고 아름답고 착한 백설공주는 이웃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권선징악 주제의 동화다. 이 이야기는 마술의 거울에서부터 시작됐다.

오늘은 거울과 유리의 차이를 얘기해 보려고 한다. 어느 고명한 스님에게 진정한 부자와 그저 돈만 많은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거울만 보는 사람과 유리창으로 세상 밖을 보는 사람의 차이"라고 말이다.

본디 거울은 그 출발이 유리이다. 거울도 유리와 같은 성질의 것이지만 거울은 유리에 은칠을 함으로써 자기만을 비추도록 바뀐 것이다. 세상 밖을 볼 수 있던 유리를 막아 거울에 비친 자기만을 보도록 함으로써 나 아닌 남들은 있는지조차도 모르게 한다.

보통 나눔을 이야기할 때 거울이 아닌 유리 밖 세상을 보는 것이 그 출발이라고 한다.

요즘 우리에게도 옛날과는 달리 나눔문화가 풍성해지고 어느덧 우리 생활에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일상화되지는 못한 것 같다. 특히나 먹고 살기 힘든 불황이 겹치다 보니 나 아닌 다른 곳을 볼 겨를이 없어져 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눔은 그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함께하는 세상, 배려하는 세상, 인정이 있는 훈훈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필요한 것이다. 좀 어려운 말로, 정치적 의미를 붙이자면 사회적 통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가뜩이나 요즘 부자 혹은 가진 자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조세피난처니, 조세도피처니 하고 누구누구가 그곳에 계좌가 있니 없니 하고 은닉비자금이 있니 없니 하고 있다.

물론 많은 부자가 그렇지 않지만 아직까지는 우리의 부자 이미지가 그리 좋게 비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제 기업이미지 메이킹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누군가 나서더라도 부자 이미지 메이킹을 했으면 한다. 서민에게 부자란 거울만 보는 존재가 아닌 유리창 밖을 항상 바라보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1%클럽(1 Percent Club)이란 게 있다. 본래 영국에서 출발했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는 자발적으로 기업이 순익의 1%를 사회에 기부하는 이른바 나눔 클럽이라고 보면 되겠다.

우리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 2001년 1%클럽을 만들고 자발적인 나눔문화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아는 국민은 그다지 많아보이지 않는다. 좀 더 확산되었으면 한다.

기업이 주도하는 것에 더 해서 개인이 참여했으면 한다. 물론 종교계에서는 헌금 등의 형식으로 하고 있지만 사회 전체적 차원에서 이런 운동이 일어났으면 한다. 비단 부자의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라도 너도 나도 1%클럽 가입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한다. 기업만에 한정하지 말고 국민의식 운동으로 확산됐으면 한다.

어린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할 때 혼자 힘만으로는 그 딱딱한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한단다. 그래서 어미 닭이 병아리가 쪼는 곳을 동시에 쪼아주어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고 한다.


'줄탁동시'라던가? 우리 주변에 거친 세상을 혼자 힘으로 헤치지 못해 안타까운 사람이 많다고 본다. 그리고 나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은 더 더욱 많다. 오늘부터 어미 닭이 되어보면 어떨까 한다.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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