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은 옛말” 공인회계사 인기 시들

파이낸셜뉴스       2013.08.13 17:02   수정 : 2013.08.13 17:02기사원문



고소득 전문직종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공인회계사(CPA) 인기가 시들하다.

그간 'CPA 합격=고소득 보장'이던 공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대기업 신입 연봉보다도 적은 경우가 허다하다. 연봉도 문제지만 회계법인이 어려워지자 채용 인원도 적어져 CPA를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크게 줄고 있다.

지난 2월 치러진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8.5% 감소한 9601명으로 20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S회계법인 2년차 김모 회계사(29)는 "CPA에 합격만 하면 고소득과 사회적 명망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며 고시 생활을 버텨왔다"며 "하지만 매일 야근에 시달리면서도 연봉은 3000만원 중반에 불과해 친구들은 물론 가족에게도 민망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진로 바꾸는 회계사 준비생

지난 10일 서울 서린동 N경영아카데미.

수험생 방모씨(26)는 "지난 2월 1차 시험에 같이 응시했던 선배들 6명 가운데 4명은 그만뒀다"며 "다른 진로를 찾아보는 친구가 늘었다"고 한산해진 이유를 설명했다.

2010년에 회계사 준비를 시작한 박모씨(29)는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회계사를 국가고시와 버금가는 직업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대기업 사원보다 수입이 적다"면서 "합격한 친구가 다시 로스쿨 공부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 평생직장이 못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그간 쌓았던 지식을 바탕으로 세무직 공무원을 준비 중이다.

2개월 전에 2차 시험을 치른 수험생 최모씨(30)는 "요즘 공부하는 친구들은 시험에 붙어도 회계사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회계사 자격증이 일종의 '스펙'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합격 후에 회계법인에 들어가지 않고 공사나 공기업 취업준비에 바쁜 선배가 많다"고 덧붙였다.

■'빅4'의 실적부진 처우 악화

회계사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빅4'라 불리는 국내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의 실적부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지난해 회계사 최종 합격자 998명 중 빅4에 입사한 인원은 855명으로 전체의 84.9%에 달한다.

문제는 빅4의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는 데 있다. 지난해 4대 법인의 영업이익은 162억8600만원으로 2011년보다 16% 감소했다. 순이익은 24% 줄어 104억3900만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09년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 특수가 끝나면서 일감이 늘지 않고 기존 법인들 간의 수수료 출혈경쟁으로 이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빅4에서 근무한 지 4년째 되는 이모 회계사(28)는 "회사 수입이 줄어도 회계법인 임원인 '파트너'들이 가져가는 몫은 변함없다. 반면 현장에서 뛰는 회계사들 보수는 깎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S회계법인에서 2년째 근무 중인 김모 회계사(29)는 "몇 년째 성과급이 그대로다. 지난해 급여 인상률은 2%에 불과했다"며 "대부분 동기들이 3~4년차에 이직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격증에 안주 말고 역량 키워라

회계사 인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전망은 밝기 때문에 자격증에 안주하지 말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연식 경희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외환위기(IMF) 이전만 해도 '전문가' 대우를 받던 회계사들이 이제 법인의 '고용인'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험생에게 전해지면서 CPA 응시자가 크게 줄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직으로서 회계사의 전망은 아직 밝다"며 "자격증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회계나 인수합병(M&A) 및 세무 등 각종 컨설팅 분야에서 본인의 역량을 키운다면 다른 전문직에 비해 얼마든지 명성을 쌓을 수 있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C중소 회계법인의 S전무는 "과거 돈을 앉아서 벌었다면 요즘은 서서 버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며 "어느 업종과 직종에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낙담하기 보다는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박종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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