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기업승소 판결’ 2심서 뒤집혀 논란
파이낸셜뉴스
2013.09.02 17:20
수정 : 2014.11.03 16:35기사원문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 상품의 부당성 여부에 대한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려 주목된다. 1심에서는 피해기업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 비해 피해기업의 자기책임 범위를 폭넓게 봤고 여기에 당시 '세계적인 금융위기'라는 변수가 더 많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따라 관련 최종 판단은 대법원의 손에 넘어갔으며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엇갈린 판결을 둘러싸고 혼란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2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민사16부(최상열 부장판사)는 최근 반도체 설계.제조업체인 엠텍비젼이 "부당한 키코 계약으로 피해를 봤다"며 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이 사건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환율변동 손실 위험성에 관해 은행 인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은행은 피해액의 7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관련 업계는 당시 판결을 키코와 관련해 기업들이 사실상 최초로 승소한 것으로 평가했다. 법원은 그동안 키코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더라도 은행 측 책임을 10~50%만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계약을 신중히 체결하지 않은 엠텍비젼의 책임을 더 무겁게 봤다. 재판부는 "엠텍비전의 과실도 손해발생의 원인이 됐고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며 씨티은행의 책임을 30%로 낮춰 잡았다.
엠텍비젼은 키코 때문에 발생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씨티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 등 수십억원을 갚지 못한 탓에 실제로는 한푼도 배상받지 못하게 됐다. 재판부는 손해배상금이 대출금과 상계된다는 씨티은행의 항변을 받아들여 "손해배상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엇갈린 판결 혼선…대법원 손에
키코사건은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자 '키코 상품'으로 피해를 본 기업들이 민사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사건별로 쟁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원고(피해기업) 측은 은행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키코 상품의 위험성과 불공정성을 강조하며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피고(은행) 측은 키코가 적법한 상품으로 판매됐고 설명 의무도 다했다며 맞서고 있다.
키코소송은 양측의 공방 외에도 하급심 판결까지 엇갈리면서 더 많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키코소송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제외하고 그동안 1심에서는 소송을 진행한 기업 208곳 가운데 43개사가, 2심에서는 78곳 중 34개사가 일부 승소했다. 상고심 63건이 계류 중이지만 대법원 판결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 7월 '키코'가 불공정한 계약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기업과 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열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쟁점이 정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올해 안에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계약 금액의 2~3배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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