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자산 포트폴리오가 은퇴 이후 삶 좌우

      2013.12.09 17:30   수정 : 2013.12.09 17:30기사원문

#. 최근 은퇴설계를 위해 한 보험사 PB(Private Banking)센터를 찾은 A대기업 임원 박모씨(57).

은퇴 후 노후가 걱정이 되다 보니 최근에는 노후설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씨는 대기업 임원이어서 어느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있지만 은퇴 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였다. 위험을 최대한 분산시키고 삶이 끝날 때까지 노후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포토폴리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재무적 요소에다 비재무적 요인까지 함께 고려돼야 했다.

박씨는 수소문 끝에 보험사 PB센터를 찾았고, 보험사에서 여러 가지 조건을 분석한 후 매달 일정금액의 기부액이 포함된 자산관리 설계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최대한의 절세를 통한 재산 상속과 매년 해외여행 자금을 위한 투자상품 등에 대한 정보도 함께 추천받았다.

'돈만 있으면 노후가 행복하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은퇴 후 풍요로운 30~40년을 보내기 위해 재무적 부문은 물론 비재무적인 준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금융사들도 여가생활과 가족관계, 창업 등에 대한 설계를 포함한 '은퇴 종합자산관리'라는 신규 시장 발굴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PB들 사이에서 "고객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져 상담하기가 겁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을 요구하는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금융사들도 상품 위주의 공급 대신 맞춤형 노후설계 서비스 제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은퇴시장 '종합자산관리'에 주력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2.2%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예금금리가 2~3%대에 불과해 은행에 돈을 넣고 '이자 따먹는 시대'는 지나갔다. 한마디로 은퇴 후 가지고 있는 돈을 효율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으면 노후생활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브랜드를 앞다퉈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간 은퇴자 또는 고령층 전용상품을 주로 선보여왔던 은행들이 재무적.비재무적 부문을 아우르는 전문적인 노후설계를 위한 통합서비스 제공으로 신규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

하나은행이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은퇴설계브랜드 '하나 행복디자인'을 선보인 데 이어 KB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들 서비스는 기존의 노후설계가 은퇴 전 30~40대 고객을 대상으로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재무설계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은퇴연령을 기준으로 은퇴준비자와 은퇴자로 구분해 맞춤형 노후설계를 위한 전문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투자성향을 파악해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짜고, 연령, 준비자산, 은퇴 후 희망 생활비 등 분석을 통해 노후생활을 위한 부족자금과 재무상황을 진단하는 등 개인별 맞춤 노후 자산 분석을 진행한다. 더불어 재무적 측면의 자산관리뿐 아니라 건강, 여가, 재취업, 창업 등 비재무적인 분야에 대한 컨설팅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민은행 WM사업부 권태화 차장은 "과거처럼 벌어놓은 돈으로만 노후에 생활하는 것이 어렵게 되자 전반적인 재산관리를 통해 노후대책을 세울 수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찾고 있는 고객이 늘고 있다"면서 "고객들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과거 연금상품에 집중했던 은행들이 종합자산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해 진행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9월 은행 내에서 신탁업과 투자자문, 펀드판매 업무 간 통합운영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시행령'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은퇴시장에서 은행권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는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기업은행 김탁규 PB고객부 과장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퇴직연금 설계사 등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은퇴설계에서 종합자산관리를 표방하고 있다"면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투자리스크는 줄이고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자산관리를 원하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증권도 중장기 자산관리

저금리 기조에 세금제도 등 복잡해진 투자환경으로 인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는 은행권뿐 아니라 금융.증권업계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평생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조직 '노블리에센터' 운영을 통해 은퇴설계, 투자설계, 상속증여, 부동산, 법률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부유층 고객의 자산관리를 전담하기 위해 만든 '패밀리오피스센터'를 통해 종합 자산관리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수익을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는 물론, 가문 철학을 반영한 재산상속에서 기부까지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들 보험사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는 단기 수익률보다는 '평생'이란 개념을 도입해 고객 생애 전반에 걸친 재무설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센터 김선정 과장은 "100세 시대에 재무적인 부문에 비재무적인 부문까지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맞춤형 자산관리설계를 원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에 보험사들도 기존에 선보이던 단편적인 상품에 고객이 원하는 부가적인 서비스를 더해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 역시 고객들의 성향과 자산 수준에 맞춘 은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최철식 수석매니저는 "금융위기 이후 안정성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장기적으로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자산을 적절히 나눠 관리를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면서 "종합적인 자산설계를 위해 상품 투자뿐 아니라 세무, 부동산, 법률 등에 대한 자문 역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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