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62주년 맞은 특허법인 남앤드남 남상선 회장

파이낸셜뉴스       2014.02.19 17:28   수정 : 2014.10.29 16:16기사원문



1960년대 어느날 독일에 도착한 중년 남성은 공중전화부터 찾았다.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뒤지던 그의 손이 '제약회사' 목록에서 멈췄다. 훽스트, 쉐링, 베링거만하임…. 이 유명한 회사들을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손때 묻은 수첩에 번호를 옮겨 적었다. 무모해보이기만 했던 그의 바람은 몇년 뒤 현실이 됐고 그도 유명 인사가 됐다. 이게 바로 국내 최고(最古) 특허법인 남앤드남 남상선 회장의 일화다.

남 회장의 집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는 조금 특별했다. 그는 대화 도중 '보여줄 것이 있다'며 10번도 넘게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을 뒤졌다. 국내 최초의 특허법인이라는 명성을 입증하듯 오래된 신문 스크랩과 자료집, 사진들이 줄줄이 나왔고 거침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남앤드남은 1952년 당시 상공부 특허국 심판관을 지낸 남상육 변리사가 세운 남상육 특허법률사무소가 전신이다. 남상선 회장은 1970년에 합류했고 당시 5명이던 직원수는 현재 200여명으로 불어났다.

2012년 창립 60주년을 맞은 남앤드남은 해외기업의 국내 출원, 일명 '인커밍' 건이 전체 업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객은 지멘스, 퀄컴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이다. 독일 최대의 전기, 전자기기 제조사인 지멘스는 40년 넘게 남앤드남과 거래하고 있다. 그가 짧은 영어 실력으로 지멘스 소속 변호사 15명과 면담을 나눈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나는 한국인이라 영어를 잘 못하니 천천히 말해주면 메모해서 대답하겠다"고 말한 뒤 대화 내용을 꼼꼼히 기록해 며칠 뒤 서면으로 답을 했다. 당시 지멘스 측은 보잘것없는 영어실력에도 전혀 기죽지 않는 남 회장의 모습에 한 번, 굉장히 사소한 질문도 잊지 않고 답을 해준 성의에 두 번 놀랐다고 한다. 미국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제조사인 퀄컴도 주요 고객이다. 퀄컴은 국내에 매년 1000건 이상의 특허를 내는데 이 중 50~70%는 남앤드남을 거친다.

남 회장은 국내 변리사들의 국제 회의 참석이 미미했던 1950년대부터 활발하게 해외를 다녔다. 또 1977년 제네바 국제 신기술 발명품 시회에 한국지부를 개설하고 전시회 국제심사위원을 맡는 등 한국 특허권의 해외 진출에 다리를 놨다.

2012년에는 남앤드남의 성장을 담은 '60년사'를 발간했다. 250여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는 남앤드남의 설립과정뿐 아니라 한국 지식재산권 관련 기관과 법의 발전 과정이 함께 담겨 있다. 그는 "젊은 변리사들이 당장의 생업에만 몰두하지 않고 우리나라 특허사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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