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보이’ 피붙이를 잃어버린 가족의 상처
차인표, 이태란이 노개런티로 출연한 영화는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으로 가족의 아픔을 담아낸다. 첫 화면에서 어머니 역할을 맡은 이태란은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동생의 형인 이천(이석철)은 관조하는 시선으로 삶의 희망을 담아낸다.
동생은 병에 걸렸다. 작품에선 그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나오지 않는다. 병원에 혼수상태로 누워 있는 동생의 병원비는 어머니에게 무거운 멍에로 다가온다. 그런 그에게 여유는 없다. 병원비를 대느라 집까지 팔지만, 아들은 깨어날 줄 모른다.
큰 형 이천은 동생의 부재가 큰 상처로 다가온다. 중학생인 형은 동생을 귀찮아 하지만,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고 끔찍이 챙긴다. 온라인 게임을 잘하고 싶은 동생은 형의 아이디로 게임을 하고 싶다고 조른다. 그런 동생이 형은 귀찮기만 하다. 그렇게 티격태격 하지만, 아픈 동생이 귀중하게 여기는 게임카드를 빼앗기자, 바로 괴롭힌 친구를 찾아가 게임카드를 빼앗아 온다.
동생이 병원에 누워있게 되자, 형은 과거 자신의 잘못을 회상한다.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형의 아픔과 어머니의 상처투성이 일상을 따라간다. 형은 동생의 휠체어가 소중하다. 어머니가 의사가 더 이상 건강이 회복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고 결국 아이의 장기기증을 결정한다. 아들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평소 타고 다니는 휠체어를 기증하려하자, 큰 형은 휠체어를 가지고 가출을 한다.
아버지의 부재는 남은 가족을 더욱 힘들게 한다. 경기도 이천에서 살던 가족의 아버지는 도예가였다. 큰 형 이름인 이천은 도자기처럼 매끄럽고 잘 살라는 의미다. 형은 결손가정에서 조절장애를 앓고 있다. 그런 형에게 동생의 부재는 또 다른 상처를 낳았다.
형이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사람은 바로 아버지의 친구이자 도예가(차인표)다.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인 그는 이천을 친 아들처럼 보살핀다. 형이 휠체어를 숨기는 장소도 도예가의 집이다.
이태란의 연기는 영화의 슬픔을 이끌어가는 축이다. 아들의 치료를 위해 집까지 판 그는 늘 소주를 마시며 자신을 위로한다. 병원에서 장기기증을 권유하자, 생떼 같은 아들이 갈가리 찍기는 것을 상상하고 절규하는 모습 더불어 나중에 모든 걸 체념한 듯 장기기증을 앞두고 수술을 하는 이태란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차인표의 연기 역시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자상한 도예가는 힘들어 하는 친구의 아내를 감싼다. 친 부인이 질투할 정도로 그는 헌신적이다.
그건 친구에 대한 자신의 아픔을 보상받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차이표의 연기는 이태란과 더불어 영화를 받치는 기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프도록 슬픈 영화지만, 관객에게 감독은 깊은 여운을 준다. 4월10일 개봉.※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