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승 아시아나항공 기장 “조종사 꿈꾸는 청소년 길잡이 보람”

파이낸셜뉴스       2014.04.17 17:43   수정 : 2014.10.28 06:36기사원문



"사람이 살아가면서 10·20대의 젊은 시절에 어떤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등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는 것을 저는 경험했고 청소년들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올바른 선택과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재승 기장(53·사진)은 지난 2012년부터 자신의 진로를 미처 선택하지 못한 청소년들을 위해 항공 관련 직업군의 세계를 소개하는 재능기부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공군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한 그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에서 B-777 항공기를 조종하며 비행시간 1만2000시간을 넘은 베테랑 조종사다.

최 기장이 항공관련 직업에 청소년들의 '멘토'를 자처하고 나선 것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조종사'란 단어를 검색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인터넷에는 조종사와 관련해 올바른 답변보다 틀린 답변이 더 많은 것을 봤다"며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알고 있는 상식 수준에서 답을 달기 시작했는데 답변자의 신뢰도 점수가 급상승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 기장은 이후 항공정비사, 항공교통관제사, 운항관리사 등으로 검색 키워드의 폭을 조금씩 넓혀가며 관련 직업에 대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다. 그러던 중 네티즌이 찾는 제한된 소극적 공간을 넘어 일선 학교를 직접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자신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선배 공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진학 홍보활동을 접한 것이 진로 결정에 결정적 계기가 됐던 기억을 떠올려 모교(초.중.고)와 두 아들의 학교를 찾아 강의를 시작했다. 요즘은 입소문을 타며 여러 학교의 진로담당 교사로부터 강의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지난 3월 경기 고양 한류월드로 킨텍스에서 열린 '2014 청년드림 페스티벌'에서는 아시아나항공 교육기부봉사단의 일원으로 참석, 수천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종사, 항공정비사, 운항관리사, 여승무원에 관한 직업강연과 상담을 하기도 했다.

당시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멘토상담은 페스티벌 마감시간인 오후 5시를 넘어 30분을 연장할 정도로 많은 청소년이 몰렸다. 조종사와 여승무원에 관한 직업강연은 참석자들이 많아 강의를 서서 들을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

요즘 최 기장의 하루는 바쁜 비행 스케줄 틈틈이 강연을 소화해내느라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오랜 시간 비행을 한 후에는 비행 시차를 극복하는 데 보통 3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망울과 날카로운 질문을 접하다 보면 비행할 때와는 또 다른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 기장은 "요즘 젊은이들은 동기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데 이는 멘토가 없기 때문"이라며 "인생의 멘토가 있다는 것은 행운을 거머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그는 인터넷과 교육현장에서 많은 청소년과 함께 공감했던 경험을 모아 최근 '파일럿의 진로탐색 비행'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책은 항공우주산업과 조종사, 항공정비사, 항공교통관제사, 운항관리사 등 항공전문직이 되는 길을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민간이든 군이든 조종사를 할 것"이라는 그는 "꿈과 희망을 가져야 할 청소년 시절에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학교생활이 우리 청소년을 무기력하고 무관심하게 만들지 않나 생각된다"면서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자신에게 응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청소년들에게 조언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