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시총차 10년새 60조→200조.. 무슨일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전자업계를 주도하는 글로벌 제조사다. 두 회사는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였지만 최근 들어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며 삼성전자는 급성장한 반면, LG전자는 상대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두 회사의 시가총액도 점점 벌어져 지난 2003년에는 60조원 차이였지만, 현재는 200조원으로 급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그룹 내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부문의 유무와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따라 급격히 벌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가총액은 각각 207조원, 11조원이었다. 10년 전 각각 68조원, 8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LG전자는 3조원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현재 LG전자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빼앗긴 LG… 경쟁력 급감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전자업계를 호령하는 양대 축으로서 막상막하의 경쟁을 펼쳤다. 그랬던 것이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정부가 재벌 개혁을 위해 그룹 간 대규모 사업을 교환하는 '빅딜'을 추진하면서 두 회사의 경쟁력은 갈렸다.
당시 반도체 사업의 경우 시장 1위였던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LG와 현대 중 한 곳이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정부 결정으로 LG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넘기게 됐고, 이런 역사가 현재 LG전자의 경쟁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실제 반도체 빅딜 직전이었던 1998년 LG전자의 영업이익(7500억원)은 삼성전자(4000억원)보다 많았다.
삼성전자는 이후 반도체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1992년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선 데 이어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에서도 시장 1위를 기록했다. 휴대폰에도 반도체가 들어가는 스마트 시대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과 모바일 부문이 적절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각각 39.1%, 34.7%로 1위를 내주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 어떻게 대응했나
휴대폰 시장이 급속하게 스마트폰으로 전환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희비가 갈렸다. LG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휴대폰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고 있었다. 지난 2005년 말에 출시한 초콜릿폰의 히트로 4·4분기에 모바일 부문은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60%나 증가했다. 초콜릿폰은 전 세계에서 2000만대 이상 팔려 나갔다.
2007년에는 1000만대 이상 판매를 기록한 '샤인폰'을 필두로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의 휴대폰 판매가 늘어 MC사업본부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배나 증가했다. 회사 전체 매출도 40조원을 돌파했다.
성공에 도취된 LG전자는 시장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2007년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을 때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들처럼 아이폰의 실패에 무게를 뒀다. 2009년에 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MC사업부는 피처폰 중심의 전략을 펼쳤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연구에 돌입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LG전자의 휴대폰 시장 경쟁력이 점차 살아나고 있는 신호가 포착된다는 점이다. LG전자는 지난 2012년 자사 스마트폰 판매량이 피처폰을 최초로 추월했으며, 3년 만에 MC사업본부가 연간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 1·4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기준 3위를 기록했으며, 판매량 기준으로도 노키아에 이어 4위를 기록해 휴대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점차 회복하는 모양새다. 회사의 중심인 휴대폰이 점차 중심을 잡아나가는 것이다.
■삼성, 다시 '위기'를 말하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자랑하는 삼성전자도 '위기론' 앞에서는 신중하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 2012년을 전후해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지난해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이 더딘 데다가, 중국발 저가 스마트폰의 공세로 시장 상황이 어지럽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선 것은 이른바 '갤럭시 효과' 때문이다. 문제는 '갤럭시 효과'가 지금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갤럭시S를 앞세워 삼성전자의 IT(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은 2009년 이후 꾸준히 급성장을 거듭했지만, 지난해 4·4분기 IM부문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8% 하락했다. 판매량은 늘었지만 평균판매가격(ASP)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북미나 유럽을 필두로 한 선진시장의 경우 스마트폰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신흥국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ASP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또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이 저가 공세를 펼친 끝에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9년 4·4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어 지난 1·4분기에 31.2%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IM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며 "스마트폰 시장 성장기에는 이런 구조가 전체 수익성 향상과 회사의 급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지금처럼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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