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높여 위기 대응하라”

파이낸셜뉴스       2014.06.01 17:12   수정 : 2014.06.01 17:12기사원문



내년부터 국내에 전격 도입되는 유동성커버리지 비율(LCR) 규제를 앞두고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은행 지점들에 비상이 걸렸다.

LCR는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을 말한다. 이는 유동성 위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정부의 지원 없이 30일 동안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이 비율이 높으면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만큼 오래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데 LCR를 높이려면 현금과 예수금, 국공채 등 고유동성자산을 확대해야 한다.

1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외은지점은 LCR비율 60%를 맞추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당국도 이 문제에 대해 외은지점과 집중 논의하고 있다. 외은지점들은 현금화가 즉시 가능한 유가증권 비중이 낮은 데다 대출 비중이 커 LCR비율을 높이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LCR 규제를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에 함께 적용하되, 외은지점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LCR비율을 높여가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 중에 LCR비율 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7월 LCR규제 가이드라인 나온다

LCR규제는 은행들이 기존 유동성 리스크를 측정하는 수단이 비효율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두됐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 많은 은행들이 측정된 리스크에 기반한 자본을 충분히 보유했음에도 유동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 증가,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된 유동화 시장의 성장, 평가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의 복잡성 증대, 초국가적 시장의 의존성 등은 기존 유동성 리스크를 무용지물화시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바젤위원회는 지난 2008년 '건전한 유동성 리스크 관리 및 감독을 위한 17개 원칙'을 발표했다. 핵심이 LCR 규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LCR는 만기기준이나 최소요건 등에서 1개월 원화 유동성 비율과 유사하지만 원화 외에 주요 외화 유동성도 함께 규제한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유동성비율은 원화유동성비율과 외화유동성비율로 규제했다. 국내 은행은 둘 다 규제를 받았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원화 유동성비율만 대상이었다. LCR비율이 도입되면 외국계 은행들도 원화뿐 아니라 외화에 대한 유동성 규제를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 발표될 LCR 규제 가이드라인을 통해 외은지점에 대해 단계적 적용을 추진할 방침이다. 초기에는 LCR비율을 60%로 맞추고 1~2년 후에는 80%, 그 후 1~2년 후 100% 적용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단, 현재 국내은행만 받는 외화유동성 규제는 외은지점에 적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화유동성 규제를 적용하면 외은지점은 이중규제를 받을 우려가 있어 기존대로 국내은행만 적용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은지점 좌불안석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중국 5대 은행인 중국, 공상, 교통, 건설, 농업은행 서울지점 대표들이 금융위원회를 방문해 유동성 규제 등을 포함한 이슈 사항들을 논의했다. 중국계 은행 지점들은 LCR 규제에 대해 외은지점을 제외해 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금융당국에 요청해 왔다. 이유는 고유동성 자산인 국공채 등 유가증권과 현금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낮기 때문.

건설은행 서울지점의 경우 지난해 말 재무제표에 따르면 현금 및 예치금 비중은 지난 2012년 말 1553억원보다 1243억원 줄어든 310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 대비 비중이 4.3%에서 0.5%로 떨어진 것이다. 유가증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2년 말 5250억원이던 유가증권 규모는 지난해 말 1760억원으로 무려 35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비중도 14.78%에서 2.84%로 급감했다.

반대로 대출채권 잔액은 2조6304억원에서 4조5691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총자산 대비 비중은 73~74%로 거의 변함이 없다. 예수금을 지난 2012년 805억원(비중 2.39%)에서 지난해 말 8887억원(15%)으로 크게 늘렸지만 차입금 규모는 총부채 중 60%를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고유동성 자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미국 웰스파고 은행은 대출채권 비중만 96%에 달하고 유가증권과 예수금이 전혀 없다.
다만 현금유출에 해당하는 차입도 아예 없어 조금만 자본을 끌어들여도 LCR를 충분히 맞출 수 있는 상황이다. 현금유출이 분모에 해당하고 고유동성자산이 분자에 속하기 때문.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국계 은행들에는 중국 본점이 보유한 국채라도 끌어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에 대해 동의하는 상황이어서 조만간 본점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외은지점에 큰 충격이 없도록 LCR 규제를 연착륙시키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현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