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호의 실패, 협회 책임 피할 수 없다
파이낸셜뉴스
2014.06.29 18:19
수정 : 2014.06.29 18:18기사원문
대한민국의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지난 27일 벨기에 전을 끝으로 행진을 멈췄다. 1무 2패의 성적을 거둔 대표팀은 당초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씁쓸히 발길을 돌렸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홍명보 감독은 물론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짚어보는 것은 모두에게 아픔일수도 없지만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이같은 아픔은 반복될 뿐이다.
성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감독의 운명이고, 해외파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비판을 받고 있었지만 감독의 경질과 신임 감독 선임에서 절차상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대표팀의 밀실 야합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감독은 당초 고사를 했지만 협회의 간곡한 부탁에 본선 진출까지 일시적으로 감독직을 수락했다. 최강희 감독은 자신이 잘 아는 K리그 선수들을 중용하면서 일부 해외파와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을 우여곡절 끝에 브라질 월드컵 본선무대에 진출시켰지만 조건부 대표팀 감독의 지휘가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될리 없었고, 일부 해외파 선수들의 SNS에서의 부적절 언행이 논란이 일었다.
대표팀 내 잡음이 불거져 나오고 있음에도 협회는 수수방관했다. 또한 홍명보 감독을 이미 대표팀 감독으로 확정한 가운데 외국인 감독설을 흘리며 여론을 따돌리는데 급급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런 어수선한 가운데 지휘봉을 잡게 됐다.
선수시절의 화려한 경력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홍 감독에 대한 기대가 모아졌지만 해외파에 대한 지나친 신임과 경직된 전략전술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홍 감독은 고집스럽게 자신이 정한 원칙을 밀어붙였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엔트리가 발표되면서 축구팬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를 발탁한 원칙을 스스로 깨버렸다. K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이명주 같은 선수들이 제외되고,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해외파라는 이유로 발탁됐다.
특히 박주영의 선발은 가장 큰 논란거리였다. 박주영에 대한 지나친 배려는 특혜 논란을 불러왔다. 일부에서는 선수선발과 운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며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자신이 내세운 원칙도 지키지 못한 홍감독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차범근 SBS해설위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표팀을 축제 분위기에서 브라질로 보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할 정도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팬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협회는 홍명보 감독과 여론의 사이에서 수수방관하기만 했다. 대표팀에 대한 불필요한 시선으로부터 보호해야할 협회는 홍명보 감독과 대표팀 뒤에 숨기만했고, 모든 비난은 홍명보 감독이 감수했다.
본선 진출 국가들이 브라질의 기후와 풍토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과 전술로 경기에 임했지만 대표팀은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16강 탈락이 확정된 후 모든 비난이 홍명보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에게 쏟아졌지만 협회는 나서지 않았다.
일본이 16강 탈락이 확정된 후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의 거취마저 여론의 흐름을 보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또한 월드컵이 끝난 이후 K리그 활성화에 대한 로드맵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참패는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를 선발하지 못하고, 선발된 선수들의 기량을 최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홍명보 감독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하지 못한 협회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예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감독 경질로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려는 협회라면 그 존재의 이유조차 의문이다. 팬들이 원하는건 브라질처럼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강팀과의 맞서도 경쟁력있는 경기력을 보이는 것이다.
/여창용 기자 new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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