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의 여인과 창백한 장미, 그리고 뱀

파이낸셜뉴스       2014.08.18 16:42   수정 : 2014.10.24 00:28기사원문



꽃과 뱀과 여인. 천경자 화백(90)이 50세에 자신의 22세 때 모습을 그린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다. 무엇엔가 홀린 듯한 여인의 얼굴과 가시 없는 창백한 장미 그리고 머리를 감싸고 있는 네 마리의 뱀이 묘한 슬픔의 정서를 자아낸다.

흔히 '꽃과 여인의 화가'로 불리는 천 화백의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선 서울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아야 한다. 1998년 천 화백으로부터 90여점의 작품을 기증받은 서울시립미술관이 10여년 전부터 천경자 상설전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천경자의 혼'이라는 제목으로 10여년간 계속됐던 천경자 상설전이 최근 작품을 전면 교체하고 전시 타이틀도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전으로 바꿨다. '천경자의 혼'전에 선보였던 작품 중 상당수가 수장고로 자리를 옮겼지만 예의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만은 여전히 관람객과 만난다. 꿈과 환상에서 비롯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작품에 투영해왔던 작가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그림으로 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전시는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 △환상의 드라마 △드로잉 △자유로운 여자 등 4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작품 보존 때문에 2008년부터 사본이 걸려 있던 1951년작 '생태'를 비롯해 '여인들'(1964년), '바다의 찬가'(1965년), '황혼의 통곡'(1995년) 등 최근 수년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이 이번 전시에 대거 출품됐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을 빠른 선으로 그려낸 드로잉 작품과 '생태'의 스케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뱀 스케치' 등도 눈길을 끈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관람객에게 천 화백의 다양한 면모를 새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전시 작품을 전면 교체했다"면서 "이후에도 작품 상태나 관람객의 요청에 따라 작품을 교체하거나 새로 기획해 천경자 화백을 재조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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