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 부츠' 신나는데 울컥한.. 스토리와 음악의 힘
파이낸셜뉴스
2014.12.08 18:04
수정 : 2014.12.08 18:04기사원문
"니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 줄게.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 함께 해."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화합하는 마지막 장면, 전 캐스트가 나와 함께 부르는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과 '저스트 비(Just Be)'는 분명 신나는데 울컥한다. 뮤지컬 '킹키부츠(Kinky Boots·사진)'의 마력이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있는 그대로의 네가 아름답다' '마음을 바꾸면 세상도 바뀐다'와 같은 묵직한 메시지가 흥겨운 음악과 버무러져 몸도 마음도 가볍게 만든다.
음악은 1980년대 팝의 여왕 신디 로퍼가 작곡한 만큼 이름 값을 한다. 롤라 역의 오만석과 엔젤들이 부르는 '섹스 이즈 인더 힐(Sex is in the Heel)'은 제대로 디스코다.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몸짓의 군무는 남장 여자인 엔젤들을 여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 '댄싱 9'에서 화제가 됐던 무용수 한선천이 텀블링과 점프에 이은 다리찢기를 선보일 때 객석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에브리바디 세이 예(Everybody Say Yeah)'는 컨베이어 벨트의 미끄러짐을 이용한 참신한 안무가 돋보인다. 안무 겸 연출인 제리 미첼은 미국 록밴드 '오케이 고(OK Go)'가 러닝머신을 타며 찍은 뮤직비디오 '히어 잇 고즈 어게인(Here It Goes Again)'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뮤지컬 '헤드윅'으로 드랙퀸 역할이 익숙한 오만석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코믹한 대사를 맛깔나게 살렸고, 능청스럽게 내뱉는 섹슈얼한 대사도 듣는 데 거부감이 없다. 가창력이 오롯이 드러나는 발라드곡 '소울 오브 어 맨(Soul of a Man)'을 부를 땐 아슬아슬했지만 특유의 딱딱 끊어지는 창법은 빠른 리듬의 노래와 딱 맞았다. 군 전역 이후 첫 작품으로 '킹키부츠'를 선택한 김무열은 찰리 역을 맡아 짙은 감정 표현과 맑은 목소리로 작품의 중심축을 이끌어 나간다. 찰리에게 사랑을 느끼는 로렌 역의 정선아는 역량보다 작은 역할을 맡았지만 존재감은 확실하다. "나에겐 개그 본능이 있다"고 말한 그는 이 작품에서 그 본능을 유감없이 표출한다.
CJ E&M이 공동제작해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초연을 하게 된 만큼 한국어 대사에도 공을 들였다. 여장을 한 롤라가 "왜? 내 복장(服裝)이 네 복장(腹臟)을 터지게 하니?"라고 말할 때, 마초의 대명사인 찰리의 친구 돈에게 "돈, 돈, 돼지 돈(豚)씨"라고 말할 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공연은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4만원. 1577-3363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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