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할 이유, 자존의 철학

파이낸셜뉴스       2014.12.11 12:53   수정 : 2014.12.11 12:53기사원문



살아야 할 이유, 자존의 철학/ 제니퍼 마이클 헥트/ 열린책들

자살은 어느새 흔한 죽음이 됐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자살율 1위 자리를 10년 동안 지키고 있고 서울에서는 10~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죽을 용기로 살라고 쉽게 말할 수도 없는 세상이다.

역사학자이자 시인인 제니퍼 마이클 헥트가 내놓는 '살아야 할 이유, 자존의 철학'은 색다르다. 무턱대고 살아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햄릿'은 말했다. "누가 무거운 짐을 견디며 힘겨운 삶에 땀 흘리고 투덜거리겠는가, 죽음 후에 올 것에 대한 두려움만 아니라면." 셰익스피어는 자살은 불행한 운명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이라고 인정했다.

반대로, 계몽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말했다. "자신을 죽이는 것은 살인죄다. 그것은 또한 다른 사람(배우자, 부모, 동료)에 대한 의무 위반이다."

그는 책에서 고대와 현대, 종교와 철학을 넘나들며 자살을 지지하고 합리화 했던 철학자, 사상가들의 견해를 나열한다. 신화 속에서, 소설 속에서 가족과 조국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던진 '영웅적인 자살' 이야기도 꺼내든다.

자살은 인류 역사에서 어떻게 다뤄져 왔는지, 자살을 논하는 철학자들의 시선은 어느 곳을 향했는지, 현재 우리는 자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치밀히 분석한다.

이 모든 고찰을 통해 그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살아남아 준 모든 사람에게 고맙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삶은 항상 많은 사람들에게, 대부분의 시간동안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계속 살아간다는 것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말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우선, 삶을 선택하자'고 권한다.
"미래의 자신이 어떤 경험을 할지도 알 수 없다. 역사와 철학은 우리에게 이러한 신비를 기억하라고, 친구와 가족, 인류, 삶이 가져다주는 끝없는 가능성들을 생각하고 자신을 보존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설득한다.

오랜 시간, 이 세상을 먼저 거쳐간 수많은 철학자들도 자살 충동을 겪었고 그럼에도 삶을 선택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 그 사실 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것이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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