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누나·여동생 4명과 만나 오열" 장기실종 해제 등 1276명
파이낸셜뉴스
2015.01.01 16:29
수정 : 2015.01.01 16: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경찰청 182센터 공동 캠페인 '잃어버린 가족찾기' 사연 들어보니
파이낸셜뉴스와 공동으로 '잃어버린 가족찾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경찰청 182실종아동찾기센터는 2014년에도 많은 이들에게 '꿈에 그리던 가족'을 찾아줬다.
1일 182센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발견 및 해제된 장기실종자는 1276명에 이른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60년 만에 가족을 만난 사람도 있다.
182센터가 첫 손가락에 꼽은 것은 60여년 만에 가족을 만난 황대식씨(71)의 사연이다. 황씨는 일곱 살 때인 지난 1951년 집 근처에서 놀다가 기차를 타는 바람에 가족과 헤어졌다. 당시 책보 같은 것을 메고 있었는데 책보 안에 '황대식'이라고 적힌 책이 있었다. 대구역에서 내린 황씨는 어떤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그 집에서 60년 넘게 가족으로 살아왔다.
시간이 흘러 황씨를 대신해 며느리가 가족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쉽지 않았다. 경찰이나 시설 등 어디에도 황씨의 실종기록이 없었고, 황씨의 기억에는 결혼한 누나(진식), 군복을 입고 다니던 형(진국)의 이름이 전부였다.
182센터는 프로파일링시스템 검색 등을 통해 확보한 2700여명과 대조했지만 황씨의 가족과 이름이 일치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어 성장배경, 신체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끝에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찾아냈고 유전자검사로 최종 확인했다. 황씨는 63년 만에 누나 2명, 여동생 2명과 재회했다. 부모님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고 형도 이미 50여년 전 세상을 떠났다.
2남5녀 중 막내였던 박해정씨(54.여)는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 있는 고모집을 방문했다가 길을 잃었다. 고아원을 거쳐 입양된 박씨는 '이해정'이라는 이름으로 40년 이상을 살아왔다. 그동안 박씨는 가족을 찾기 위해 관공서 등을 숱하게 돌아다녔으나 '찾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182센터는 3200명을 확보해 박씨가 기억하는 가족의 이름과 대조작업을 벌였으나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2차로 성장배경, 보호시설기록, 신체특징 등을 분석하고 편지발송 등의 방법을 동원한 끝에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아냈다. 최종적으로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언니와 여동생이 맞다'는 결과를 얻었다.
언니 박영숙씨(69)는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 이후 집안사정이 어려워지자 아버지가 서울 고모집에 동생을 잠시 맡겼었다"며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형제들이 전국을 헤매고 다녔으나 동생을 찾지 못해 죽은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재미동포 진영숙씨(59·여)의 사연도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진씨는 지난 1960년대 초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다. 가족들이 같이 살 형편이 안 되자 오빠와 언니 둘은 서울 보광동의 친척집으로 보내졌고, 진씨는 아버지의 지인에게 맡겨졌다. 진씨는 언니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었고 경찰서를 거쳐 고아원에 들어갔다.
고아원에서 독립을 하면서 가족을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허사였다. 1970년대 후반 진씨는 주한 미군으로 있던 남편을 만나 미국으로 건너갔고 가족은 그리움으로 남았다.
진씨의 사연을 접수한 182센터는 2700명의 명단을 확보해 일일이 조사했으나 진씨의 가족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때까지도 진씨는 본인의 성을 김씨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82센터는 '김영숙'이라는 이름으로 별다른 성과가 없자 다른 성씨 40개를 대입해 다시 찾았다.
또 성장배경, 인척관계, 신체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진씨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압축했다. 그 결과 경기 구리에 거주하는 남동생을 찾았고 유전자검사를 통해 이를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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