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시대’의 첫 사랑을 통기타 선율로 전하는 ‘쎄시봉’
파이낸셜뉴스
2015.01.24 11:58
수정 : 2015.01.24 11:58기사원문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터질 것 같은 이 내 사랑을..”
디지털 시대가 된 오늘날, 바쁜 일상속에 있는 현대인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전하며 아련한 첫사랑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영화가 나왔다. 1970년대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쎄시봉’이 바로 그것.
MBC ‘놀러와’에 쎄시봉 멤버들이 출연했던 것을 보고 영화를 구상했다는 김현석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놀러와’에서 전해진 근황처럼 울릉도에서 더덕을 캐고 있는 60대의 이장희(장현성 분)의 모습이 그려지며 시작한다.
베일을 벗은 ‘쎄시봉’은 트윈폴리오(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조영남 등 실존인물들이 출연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의 음악을 사용할 뿐, 감독이 만든 가상인물 오근태(정우 분)와 민자영(한효주 분)의 사랑이야기다. 여기에 극을 이끌어가며 관찰자이자 오근태의 든든한 조력자로 등장하는 이장희(진구 분)의 모습은 신선한 조합이다.
음악감상실 쎄시봉 제작자(권해효 분)는 최고의 음악천재 송창식(조복래 분)과 엄친아 음악가 윤형주(강하늘 분)를 그룹으로 결성하기로 하고, 이장희가 우연히 알게 된 오근태를 쎄시봉 멤버로 추천하게 된다. 첫 만남부터 윤형주는 오근태를 ‘촌놈’이라 부르며 삐걱대지만 이들은 뮤즈 민자영을 만나 비로소 한 팀이 된다.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은 말 그대로 뭇 남성들에게 비타민 같은 존재다. 연기자 지망생인 그녀가 세시봉의 죽순이기에 세시봉 멤버들은 더욱더 하나가 된다. 한효주는 외모에서부터 순수하고 풋풋했던 첫사랑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여기에 더해진 하이톤의 목소리는 남성 관객들을 설레게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마냥 착한 인물은 아니기에 한효주의 다양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비타민 같은 뮤즈 덕분에 두 천재 윤형주와 송창식은 그에게 영감을 얻어 주옥같은 노래들을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반면, 믿을 건 자신의 성대와 자영을 사랑하는 마음뿐인 남자 오근태. 전작 ‘응답하라 1994’에서 여심을 사로잡았던 정우는 ‘쎄시봉’에서 그런 순수함과 사랑하는 마음에 세레나데까지 더해져 또 다시 여심을 공략한다. 하지만 첫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정우의 눈물연기는 같이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도.
싱그러운 청춘들의 사랑이야기가 극 중반까지 전개된다면 후반에는 40대가 된 민자영(김희애 분), 이장희(장현성 분), 오근태(김윤석 분)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이미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2인1역의 캐스팅은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한다.
‘쎄시봉’은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특히 윤형주와 송창식을 연기한 강하늘과 조복래는 이미 뮤지컬계에서 연기와 노래 실력까지 입증 받은 배우들이다. 그들의 명품 연기에 더해진 노래 실력은 1절도 채 들려주지 않는 편집이 야속 할 정도다. 그들은 관객의 이목을 행복하게 만든다. 여기에 조영남 역의 김인권은 신스틸러의 면모를 발휘하며 깨알 웃음을 선사한다.
김현석 감독은 낭만시대라고 불리는 1970년대의 ‘낭만’이라는 주제와 극의 스토리가 되는 번안곡 ‘웨딩케이크’를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스크린에 녹여냈다.
이외에도 ‘하얀 손수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조개 껍질 묶어’, ‘딜라일라’, ‘백일몽’, ‘담배가게 아가씨’ 등의 주옥같은 포크음악의 명곡들을 적절하게 배치해 시대에 대한 향수와 아련함을 더했다.
특히 근태의 마음을 전해주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의 주옥같은 가사는 자영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알 수 있게 해줘 영화가 끝나도 여운이 남아 귓가에 계속 맴돈다. 극에 등장하는 모든 곡들을 ‘쎄시봉’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불렀다는 점에서 또 한 편의 ‘음악명화의 탄생’을 알렸다.
최근 스크린계에 ‘국제시장’, ‘허삼관’, ‘강남1970’까지 개봉해 복고 열풍이 계속되고 있지만 첫사랑의 아련한 향수와 전자 음악이 아닌, 통기타의 선율이 주는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고 싶다면 ‘쎄시봉’을 통해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쎄시봉’은 오는 2월5일 개봉한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nedai@starnnews.com노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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