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 위의 마법? 쉿, 비밀이야!
파이낸셜뉴스
2015.01.28 17:24
수정 : 2015.01.28 22:30기사원문
하늘을 날고, 거대한 돌이 움직이고, 문을 통과하고..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지?
스펙터클 위키드·고스트 화려하고 신기한 무대장치 저작권 있는 '탑 시크릿'
노트르담 드 파리에선 움직이는 돌이 '숨은 비밀' 사실은 그 안에 사람 있어
유령이 문을 통과하고, 마녀가 공중에 떠오르고, 거대한 석상이 저절로 움직이고, 눈 깜짝할 새 무대 벽에 화살이 꽂히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들이 뮤지컬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관객들은 스펙터클한 무대에 시선을 빼앗겨 몰입하다가 문득 궁금해진다. '저걸 어떻게 하는거야?'
국내에서 열리는 공연들이 대개는 공연 전 무대 리허설은 길어야 4~5일 정도 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다. 설앤컴퍼니 노민지 홍보과장은 "관객없이 긴 시간 공연장을 사용하는 건 제작비에 부담이 되는 일이지만 '위키드'는 3주를 해야하는 게 룰이었다"며 "환상적인 무대 뒤에는 그만큼 '큐'(무대 약속)도 많고 까다로운 작업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만든 만큼 어떻게 만들었는 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가령 초록마녀 엘파바가 '위키드'의 가장 유명한 넘버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를 부르며 비상하는 장면의 원리는 '탑 시크릿'이다. 노 과장은 "어떤 장치로 어떻게 무대 위에 떠오르는지 공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관객들의 환상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며 "한편으로는 일종의 브랜드 관리 차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숱한 문의에도 절대 공개하지 않는 제작 비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도 있다. 바로 라울이 지하미궁에서 팬텀에게 납치된 크리스틴을 도우려다가 호수로 떨어지는 장면이다. 라울이 어떻게 무사히 떨어지고, 어디로 사라지는지 알 수 없다.
최첨단 기술보다 인간의 감각과 노고가 무대 위에서 더 큰 감동을 선사하는 경우도 많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무대 스태프들을 통해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2월 27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는 거대한 '움직이는 돌'이 자주 등장하는데 첨단 장비로 원격 조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도 숨겨진 비밀이 있다. 돌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권지원 제작팀장은 "'카펜터'로 불리는 무대 전환수들이 돌 안에 들어가 계산된 동선에 따라 조작한다"며 "숙달된 카펜터들은 어떤 첨단 장비보다 섬세하고 정확하게 무대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돌은 무대의 기본 컨셉트로 힘과 권력을 상징하기도 하고 성당의 벽 등 다양한 무대 재료가 된다.
무대디자인을 맡은 크리스티앙 레츠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돌은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살아있는 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성당 종지기인 콰지모도가 석상을 타고 무대 중앙으로 나오는 장면이나 고뇌하는 성당 주교 프롤로를 향해 돌기둥이 양쪽에서 압박해 오는 장면 등에서 '움직이는 돌'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배우와 함께 연기한다.
로빈훗이 쏜 화살이 나무에 묶인 포로의 머리 위를 스치고 나무에 꽂히는 아찔한 장면은 기계와 사람의 합동작품이다. 유압 기계식 장치를 무대감독의 큐에 따라 나무 뒤에 숨어있던 스태프가 작동시킨다. 나무 안에 있던 화살이 밖으로 튀어나와 화살이 실제 날아가 꽂힌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 교수대 위에서 목을 맨 밧줄이 로빈훗의 화살에 맞아 끊어지는 장면도 스태프들의 노고로 연출된다.
김범석 무대감독은 "교수대 상부 구조물에 올라가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가 기계로 잡고 있던 밧줄을 큐 사인에 맞춰 놓는 방식"이라며 "이때 화살을 쏘는 효과음과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관객들에게 실제 화살을 쏜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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