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가득한 호랑이는 짐작했었나 보다
파이낸셜뉴스
2015.06.15 17:29
수정 : 2015.06.15 17:29기사원문
사석원 개인전 '고궁보월'
화면 가득 그려진 호랑이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그 뒤로는 부엉이 두 마리와 노루 한 마리가 있고, 햐얀 눈을 뒤집어쓴 누각 위로는 휘영청 보름달이 떠 있다. '원색의 화가'로 불리는 사석원 작가(55)의 신작 '1895년 경복궁 향원정 호랑이'다.
사석원 작가는 전시에 앞서 내놓은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궁은 시간과 함께 퇴색하는 관광이 아니라 역사에 비추어보는 관조일 때, 배면의 사연을 살며시 들려준다. 또 궁은 두말할 나위 없이 한국적 미의 원형이나 전형을 떠올리게 하고, 나아가 당대의 미학을 끌어올려야 하겠다는 고차원의 각성을 심어준다. "
사석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특히 조선의 문예부흥기를 이끌었던 정조와 대한제국의 근대화를 꿈꿨던 고종에 주목했다. 준엄한 역사 앞에서 비장할 수밖에 없는 정조와 고종은 그림 속에서 때론 근엄한 사자와 호랑이로, 때론 눈 맑은 사슴과 당나귀로 등장해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원색의 물감을 덕지덕지 바른 사석원의 그림이 역사학이 되는 순간이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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