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금호 웨이하이포인트 호텔&골프리조트

파이낸셜뉴스       2015.07.08 18:00   수정 : 2015.07.08 22:16기사원문

1.8㎞ 길게 뻗은 곶에서 발해만 향해 티샷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 코스 재설계로 새단장

12·16번홀서 티샷땐 바다 가로질러 날려야

위압적이지만 스릴 즐겨



【 웨이하이(중국 산둥성)=정대균골프전문기자】 어떻게 이런 곳에다 골프코스를 앉힐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기가막히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본 파노라마에 전율마저 느껴졌다. 코스는 호리병의 긴 손잡이 처럼 발해만으로 1.8㎞가량 길게 뻗은 곶(串)에 조성됐다. 그래서 이름에 포인트가 붙었다. 이를 바다가 3면에서 둘러싸고 있으니 어찌 한 폭의 그림이 아니겠는가. 스펙터클한 파노라마에 눈은 점점 커지고 탄성은 쉴 새가 없다. 하지만 이것은 서곡에 불과하다. 라운드를 하면서 코스 속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그 비경에 놀라 마치 절세미인의 속살을 본듯 눈은 더욱 휘둥그레진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웨이하이포인트 호텔&골프리조트(이하 웨이하이포인트)다. 중국에 있지만 한국 골프장이나 다름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해 계열사인 금호리조트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또 있다. 지리적으로 항공으로 45분 거리여서 제주도보다 더 가깝다. 골프장 내 음식은 한국식, 대부분 한족 출신인 캐디들은 다소 어눌하지만 한국어로 서빙을 한다. 심지어는 호텔이나 리조트 내 TV까지 한국의 케이블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이쯤되면 통일 신라시대 때 이 지역에 설치됐던 신라방(新羅坊)과 다를 바가 없다.

웨이하이는 유엔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한 곳이다. 도시 자체가 깨끗한데다 온화한 기후 속에서 맑고 영롱한 바다를 감상할 수 있어 연중 세계 각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 휴양지다. 웨이하이포인트는 발해만의 바다가 삼면으로 둘러싸고 있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물 색깔이 우리가 아는 탁류의 황해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지인들이 그 바다를 동해로 부르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중국기업이 개발해 운영할 때만 해도 이 골프장의 이름은 범화CC였다. 그러던 것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6년 12월 인수해 2년여간의 코스 리모델링 및 클럽하우스, 호텔, 빌라를 신축하고나서 웨이하이포인트로 거듭났다. 말이 리모델링이지 코스를 완전히 새롭게 고치는 작업은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인 미국 골프플랜사의 데이비드 M 데일이 맡았다. 그는 국내 최고 코스로 평가받는 제주도 클럽 나인브릿지를 비롯해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등을 디자인한 설계가다.

데이비드 M 데일은 페어웨이를 비롯해 그린, 티잉 그라운드 잔디를 기존의 조이시아에서 벤트 그라스로 모두 바꿨다. 조이시아는 러프에만 남겼다. 그린을 과거보다 2배 크기로 넓혔는데 특히 2번과 12번홀의 그린은 7~8m이상 깎아내 전체적인 코스의 '플레이어빌리티(Playability)'를 높였다. 그리고 그린과 티잉 그라운드 위치를 바다에 접하게 해 진정한 링크스 코스의 모습을 갖췄다. 코스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다이내믹하고 남성적인 반면, 코스 레이아웃은 전략적이면서도 여성적이다. 전체 길이가 6500야드밖에 되지 않지만 짧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티샷 정확성이 가장 중요한 코스다. 조금만 샷의 방향이 빗나가면 코발트빛 바다가 입을 쫙 벌리고 있는 낭떠러지거나 원시숲 행이다. 진정한 골프 실력을 검증하는 테스트 코스로 강추되는 이유다. 지난 5일 이 곳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금호타이어여자오픈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한 김효주(20·롯데)는 "정확한 샷을 요구하는 코스"라며 "이곳에서 좋은 스코어를 내면 골프에 그만큼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홀이 저마다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황금바위에 자리를 튼 5번홀(파3) 티잉 그라운드에서 바라본 풍광은 일상의 번뇌를 일거에 씻어내줄만큼 수려하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맑은 물이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위에 내가 서있는 것이다. 티잉 그라운드로 가는 100m 길이의 오솔길에 '낙원으로 가는 황금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바로 그래서다.

이른바 '점골프'를 해야하는 홀도 있다. 3번홀(파4)과 6번홀(파5)이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페어웨이가 전혀 보이지 않아 캐디가 찍어 주는 지점에 티샷을 날려야하기 때문이다. 바다를 가로질러 티샷을 날려야 하는 12번홀(파4)과 16번홀(파5)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면 다소 위압적이지만 상당한 스릴을 즐길 수 있다. 특히 12번홀은 잭 니클라우스가 극찬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링크스코스 8번홀에서 느낀 감동 이상이다. 17번홀(파3)은 늦은 오후 수평선 너머로 펼쳐지는 해넘이가 장관인 웨이하이포인트의 시그내쳐홀이다.

골프장 내 호텔과 빌라 등 최고급 숙박시설은 여행객의 여독을 풀어내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다. 호텔은 스위트룸 50실, 디럭스스위트 룸 3실, 그리고 빌라는 232㎡(70평형) 24동, 364㎡(110평형) 3동 등으로 구성돼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동계시즌 회원들의 동계 라운드 편의를 위해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CC와 필리핀 따가이따이 하이랜드 골프장과 회원 교류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또한 최근 시진핑 정부가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전국 불법·편법 골프장 정리조치'를 위한 실사에서도 합격점을 받아 토지사용 만료시기인 2042년까지 영업권을 보장받았다. 요새 뜨는 광고 카피처럼 '웨이하이포인트 회원들은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발길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웨이하이포인트가 가지 말라고 붙잡아서가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곳에 매료된 내가 웨이하이포인트를 놓아주지 않아서였다.

golf@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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