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부끄러운 '세계 최초'
파이낸셜뉴스
2015.07.09 18:21
수정 : 2015.07.09 21:58기사원문
결국 정부가 국회를 앞세운 지상파 방송사들에 백기를 들었다.
대개는 최초 타이틀을 얻게 되면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최초'는 낯부끄럽다. 세계적으로 주파수 표준과 배분방식을 결정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조차 700㎒를 통신용으로 배분하도록 권고했고, 대부분의 통신선진국들이 통신용으로 배분하고 있는 사실상의 국제표준을 무시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국제표준이 산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정보통신기술(ICT)산업에서 우리나라는 결국 갈라파고스가 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정부가 이 선택을 한 이유는 단순하다. 국회가 너무 강하게 압박했기 때문이다.
압박을 가한 국회도 이유는 단순하다. 한 국회의원에게 700㎒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돌아 온 답은 "(방송사의) 카메라가 무서운데 어쩌겠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방송사 카메라가 무서워 1조원 이상 2조원을 호가하는 주파수를 방송사에게 선물로 준 셈이 됐다.
전 국민이 자유롭게 무선인터넷을 쓸 자유를 무시한 채. 정부 역시 국회의 이 같은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국회도 정부도 자기 앞만 보느라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일 따위에는 손을 놔도 된다고 판단한 것일까?
이제 700㎒ 주파수의 분배 방안은 국무조정실의 주파수심의위원회 의결만 남았다.
주파수심의위원회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국회 주파수 소위에서 합의된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정부의 최종 결정 단계에서 다시 한번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용기를 기대해 보고 싶다. 그저 마지막 남은 지푸라기 한 가닥을 잡는 심정으로…
그 정도 믿을 구석이 있어야 국민이 정부를 믿어볼 만하지 않겠는가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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