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대형은행 규제 강화..."큰 덩치에는 비용이 따른다"
파이낸셜뉴스
2015.07.21 12:41
수정 : 2015.07.21 12:41기사원문
"규모를 줄이거나 위험 대비용 자본을 더 쌓아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0일(현지시간) 제2의 세계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대형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은행감독 규정을 발표했다. 미국내 8개 대형은행은 2000억달러를 추가 예비자본으로 확충해야 한다.
다만 JP모건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은행은 그동안 자본을 확충하거나 규모 또는 위험을 줄여 현 시점에서는 추가 확충이 필요없다고 연준은 밝혔다.
지난해 12월 초안 발표 뒤 여론 수렴을 거쳐 이날 발표됐다. 강화된 규정은 2008년 금융위기처럼 대형 은행이 쓰러져 전체 금융시스템이 붕괴에 직면하고, 이를 막기 위해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연준은 그 방안으로 경제 위기가 닥쳐도 은행이 파산하지 않도록 각 은행의 규모와 위험자산에 따라 충분한 예비 자본을 확보토록 했다.
위험자산 대비 1~4.5% 수준으로 자산기준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가장 높은 4.5%를 적용받았다. 현 규모와 위험을 계속 유지할 경우 앞으로 125억달러를 더 확충해야 한다.
WSJ은 연준이 이날 강화된 규정을 통해 월가 대형 은행들에 "큰 덩치를 유지하는데는 돈이 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은행 덩치를 줄이는데 정책방향을 두고 있는 연준의 메시지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전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은행들은 파산 가능성을 줄일 수 있도록 상당한 추가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에서의 족적을 줄여 해당 은행 파산이 전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수도 있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추가 자본 비율은 JP 모건에 이어 씨티그룹이 3.5%로 2위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뱅크오보아메리카(BOA)가 각각 3.%, 웰스파고는 2%,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1.5%를 확충해야 하고, 뱅크오브 뉴욕멜론(BNY 멜론)은 가장 낮은 1% 비율을 적용받았다.
그러나 새 규정으로 추가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건 JP모건 한 곳 뿐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2007년 이후 자산규모를 25% 가까이 줄였고, 비용 충당이 어려운 자본집약적 거래도 축소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회사의 장기 계획에 부합하지 않는 보험 등 일부 사업부문도 정리했다.
JP모건도 최고 은행 자리를 양보하지 않겠다던 제임스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의 지난 2월 연설과 달리 이미 지난해 12개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등 몸집을 줄여나가고 있다.
새 규정은 2016년부터 서서히 적용되기 시작해 2019년부터 온전히 적용된다.
당초 2017년부터 적용하기로 했지만 제너럴 일렉트릭(GE) 캐피털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늦춘 것으로 보인다.
GE 캐피털도 강화된 규정 대상이었지만 자산규모를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약속해 대상에서 빠졌다. 연준은 GE 캐피털이 금융시스템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한편 월가는 당장 볼멘 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은행들이 위험을 줄이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대형은행 연합회인 금융서비스 원탁회의(FSR)는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FSR 회장인 팀 폴렌티는 "감독당국이 합리적으로 위험을 통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새 규정은 경제에서 수십억달러가 빠지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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