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중국 등 아시아 파생시장 급부상
파이낸셜뉴스
2015.08.17 17:11
수정 : 2015.08.17 22:17기사원문
韓 파생시장 활기 주춤.. 中·印에도 밀려
KRX 일평균 거래량 순위 세계 1위서 4년새 12위로
맥쿼리·씨티글로벌그룹 등 외국계 증권사들 사업 포기
기대를 모았던 파생상품 시장에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 상품이 상장됐다. '미니상품' 도입이 시장에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파생상품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자자 보호 등 시장건전성 회복에 초점이 맞춰졌던 금융정책도 어느정도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시장 패러다임이 '시장건전화'에서 '시장활성화'로 옮겨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는 26~27일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열리는 '제13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를 앞두고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의 현실과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국파생상품시장이 글로벌 마켓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한 때 세계 거래량 1위를 자랑하던 한국파생상품시장은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글로벌 거래소는 파생상품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도전도 거센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은 시장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글로벌 마켓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건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책당국은 시장축소까지 감수하면서 투자자보호 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현재 상태가 국내 경제체력에 걸맞다는 생각이다.
■한국, 글로벌 파생시장서 12위
17일 한국거래소(KRX)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RX 파생상품시장의 올해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 2011년 대비 약 81% 감소했다. 당시엔 세계 파생상품거래소 중 거래량 1위를 달성했지만, 지난해엔 12위로 부진한 상태다.
2014년 기준 거래량은 6억7800만 계약으로 전년도(8억2100만 계약) 대비 17.4% 줄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주식선물(163%)을 제외한 코스피200선물(-58%), 코스피200옵션(-87%) 등 파생 주요 상품의 거래량이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파생상품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거래소 간 합종연횡을 통해 규모를 늘린 시카고상업거래소(CME), 런던대륙간거래소(ICE) 및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 등 글로벌거래소가 파생상품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추격도 거세다.
상하이선물거래소, 대련상품거래소 및 정주상품거래소 등 중국 내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을 합산할 경우 세계 3대 거래소(CME·Eurex·ICE)와 필적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경우 2013년(6억4200만 계약) 대비 지난해 8억4200만 계약을 기록해 1년만에 31.1%가 늘었다.
인도 뭄바이의 뭄바이증권거래소(BSE) 역시 같은 기간 148.8% 급증하며 지난해 7억2600만 계약이 이뤄졌다. 인도증권거래소(NSE)는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파생상품거래소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한국은 파생 활성화보다 규제에 무게
반면 국내 파생시장을 주도하던 맥쿼리증권, 씨티글로벌그룹마켓증권, BNP파리바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 대다수가 국내 파생상품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했다.
업계에선 가장 큰 원인으로 규제 강화를 꼽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발표, 일정 조건을 갖춰야만 선물옵션에 투자할 수 있도록하는 일종의 자격규제를 신설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30시간 동안 사전 교육을 받고 50시간 이상 모의거래를 해본 다음, 예탁금까지 3000만~5000만원을 기본으로 미리 내야 선물 1계약이라도 주문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내년엔 선물옵션으로 수익이 날 경우 양도소득세까지 내야 한다. 하반기 정기국회에선 정부가 발의한 코스피200선물과 옵션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법안 처리를 앞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증권거래소가 앞다퉈 파생상품 거래를 활성화하고자 국가간 경계를 뛰어넘는 거래소간 합종연횡을 펼치고 있다"면서 "반면 국내 시장은 최근까지도 계속 투기 거래만 집중적으로 부각되며, 오히려 각종규제로 인해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CME나 Eurex 등 선진거래소들은 24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해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역시 독일거래소(DB)와 함께 독일에 합작 거래소를 설립했다.
일본도 싱가포르, 대만 등과 주문연결 등 아시아 거래소와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 2013년 런던금속거래소(LME)를 인수하는 등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200지수선물이나 옵션 등은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으며 엄청난 거래량을 기록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강화된 규제 때문에 거래량이 줄어들며 시장이 활기를 잃었다"고 말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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