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조사연구팀장

파이낸셜뉴스       2015.08.25 18:33   수정 : 2015.08.25 18:33기사원문

"병든 지배구조에 처방전 내어주죠"



'무리한 투자결정과 기업지배구조…' '오너 리스크와 경영 승계…'.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어김없이 '일침'을 놓는다. 각 기업마다 어떤 문제 때문에 일이 벌어졌는지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처방을 내놓는다.

기업지배구조원에서 조사연구팀장을 맡고 있는 송민경 연구위원(사진)의 몫이다. 의결권이나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대한 자문을 담당하는 그는 최근 불거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 롯데그룹의 승계 문제 등에도 훈수를 뒀다.

왜 하필 기업지배구조였을까. 송 연구위원은 "대학원 시절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자연스레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면서 "학계에서 가장 많이 지목된 문제가 바로 후진적 기업지배구조였고,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우리의 과제였다"고 회상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외환시장이 급변하면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차례로 쓰러졌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영진이 견제장치 없이 독단적 기업운영을 하면서 부실투자, 방만경영 등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한다는 목적으로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됐다. 일부 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기업지배구조를 바꾸면서 투명화에 나섰다. 학계의 화두는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지배구조는 어떤 것인가'였다.

대학에서 연구를 지속하던 송 연구위원은 기업지배구조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상아탑을 깨고 나왔다. 단순히 학문적인 큰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행운'으로 받아들였다.

송 연구위원은 "기업지배구조 이슈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인 데다 실무와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할 수 있다"면서 "기업 이슈가 나올 때마다 언론이나 정책당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만큼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기업 대주주와 관련한 문제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잡음에 대해선 "시장이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기업을 오랜 기간 지켜봐 온 기관투자가나 평가기관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이 기업 견제에 나서는 것에 대해 그는 "그만큼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아쉬워했다.


'오너 리스크'와 관련해 비판적 보고서를 내게 된 것도 평가기관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시장에 충격이 덜 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평가기관인 지배구조원이 이런 문제를 깊이 있게 관찰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기회가 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문제제기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투자자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의사결정도 이런 식으로 애매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기 시계를 가지면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과 대화를 하든 주주권을 행사하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유인이 될 수 있는데 시장도 연구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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