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의 한국 골프장 산책)경기 파주 서원밸리CC

      2015.08.26 10:28   수정 : 2015.08.26 10:28기사원문

파주(경기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국화꽃 져 버린 겨울 뜨락에 창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아~이제는 한적한 빈들에 서보라 고향집 눈 속엔선 꽃등불이 타겠네 고향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김재호 시에 이수인이 곡을 붙인 가곡 '고향의 노래'를 읊조리듯 나지막하게 불러본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 곳에 들어서면 이렇듯 나도 모르게 가슴 저 밑바닥에 묻어 두었던 향수가 아지랑이 처럼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버선발로 뛰어 나와 나를 반겼던 고향집 어머니의 포근함을 그리워하며 눈을 지그시 감아 본다.

골프장이라기 보다는 언제나 나를 반갑게 맞아준 고향집 같다. 그 이유를 아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치 내집에 와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편안함 때문이었다. 대보그룹(회장 최등규)이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CC(대표이사 오성배)다. 2000년 6월에 개장한 이 골프장의 슬로건은 '서원밸리는 고향입니다'다.
명문의 가치와 고향의 정이 느껴지는 편안한 골프장을 지향한다는 일종의 '선언'인 셈이다. 그런데 그것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철저히 실천에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에서 그것은 충분히 입증되고도 남는다. 골프다이제스트와 골프매거진이 격년제로 실시하고 있는 한국의 10대 코스에 빠지지 않고 선정되는 것도 그 방증이다. 지향점은 또 있다. 자연을 존중하는 친환경 골프장이다. 다시말해 '서원밸리는 자연이다'다. 이렇듯 '고향'과 '자연'은 서원밸리를 국내 최고 명문의 반열에 오르게 한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다.

서원밸리는 '상서롭고 복된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 파주의 옛 지명 '서원'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래서인지 금병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는 해발 70~170m의 정남향 분지에 자리 잡은 코스의 전체적 분위기는 한 마디로 고즈넉하다. 코스는 2012년 가을에 총45홀 규모로 재탄생했다. 기존 회원제 서원밸리(18홀)와 퍼블릭 9홀에다 퍼블릭 서원힐스(18홀)를 확충한 것. 회원제로 운영되는 서원밸리는 정교한 샷과 전략을 요구하는 서원코스, 호쾌한 장타에다 다양한 언듈레이션으로 그린이 까다로운 밸리코스로 구분된다. 전반적으로 코스 레이아웃만 놓고 본다면 공략이 다소 쉬워 보이지만 스코어가 예상 외로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그만큼 정교함을 요하는 코스라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마운틴 브레이크가 심한 그린을 효과적으로 공략만 한다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스코어도 기대할 수 있다.

매 홀이 심미성, 경기성, 전략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상징적인 홀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서원코스 2번홀(파5)이다. 이 홀은 서원밸리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 수림과 능선이 여체의 아름다운 곡선미를 연상케한다고 해서 '장미의 가시'라는 다소 관능적 별칭을 얻고 있다. 폰드 주변에 가지를 쭉쭉 늘어뜨리고 있는 능수버들이 연출하는 운치로 인해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고 해서 '시심홀'로 불리는 서원 8번홀(파3), 해저드와 비치벙커가 태극 모양으로 감싸돌아 '태극홀'이라는 별칭을 얻는 밸리 8번홀(파3), 그리고 티잉그라운드가 돌 다리를 건너 조성돼 마치 섬처럼 느껴져 '오늘만 여자이고 싶어라'로 불리는 서원 9번홀(파4) 등이 공략의 묘미를 더해주는 홀이다.

서원밸리를 설명하는데 있어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또 있다. 다름아닌 '문화'다. 이 골프장은 국내 골프장 문화를 선도하는 '문화코드 1번지'로 통한다. 그린콘서트를 통해 골프와 문화예술를 접목한데 이어 서원아트리움 오픈으로 골프장내 웨딩 및 연회문화의 장을 활짝 열어 젖혔기 때문이다. 그 중 2000년 개장 때부터 시작해 올해로 16년째(13회) 이어지고 있는 그린콘서트는 단순한 골프장 행사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급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매년 5월 마지막주 토요일 밸리코스 1번홀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올 4만명을 포함해 지금껏 26만명의 관람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 중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K-POP 팬들도 포함돼 있다. 한 마디로 글로벌 축제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골프를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골프장을 개방해 괴리감을 줄였다는 점에서 골프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에는 문화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원힐스 사우스코스 8번홀 옆에 만들어진 야외 웨딩홀 서원아트리움은 전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 속에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남편 남기협(34)이 결혼식을 올리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박인비의 대만족을 차치하고라도 골프와 웨딩의 협업이라는 측면에서 서원아트리움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골프장들이 찾고 있는 새로운 수익구조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서원밸리는 골프 저변 확대에도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서원힐스 드라이빙 레인지 내에 '서원골프아카데미'를 개설했다. 그 곳에서는 현재 국가대표 및 국내외 유망주 100여명이 최상의 연습 환경하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대보그룹배 매경아마추어선수권골프대회를 개최해 유망주 발굴에 직접 나서고 있다. 새로운 골프문화 창달에서 주니어 육성까지 일련의 모든 일들은 최등규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아니었더라면 불가능했다.

서원밸리는 명문 코스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인 서비스 측면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인정이 넘치고 마음 따뜻한 정이 있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편안함을 주는 곳'이라는 서비스 컨셉 때문이다. 서원밸리를 더욱 고향집 같은 느낌이 들게하는 요인이다. 솔직이 말해 서원밸리는 크게 화려할 것도 없고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입지도 아니다. 게다가 일류 명문을 지향하는 골프장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골프장이 골퍼들 사이에서 명문 코스로 회자된다는 사실이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또한 금세 알 수 있었다. 직접 담그거나 만든 장류와 두부 등의 식자재로 내놓은 고향집 어머니의 밥상 같은 식단, 그린을 보수하는 아주머니가 외쳐주는 '나이스온' 등과 같은 세심한 배려, 이른바 마이크로 서비스가 그 원동력이었다.
이 곳이 '서원밸리'로 쓰여지고 '고향'으로 불리는 이유다.

golf@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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