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생적 창업환경 위협하는 제도·장치

파이낸셜뉴스       2015.09.21 17:47   수정 : 2015.09.21 21:32기사원문
1. 정부 정책의 허와 실

역대 정권, 코스닥·장외시장 활성화 정책 성적표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현 정권까지 잠재력 있는 중소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자본시장 활성화 노력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코스닥시장과 장외시장에 대한 제도완화와 정책적 지원에 총력을 쏟았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장외시장을 새로 만들어 투자금 확보를 위한 길을 터주거나 코스닥과 장외시장에 대한 진입요건과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유인책들이 줄을 이었지만 창업기업들의 외면과 소액 개인투자자들의 무관심 속에 정부의 활성화 대책이 무색해진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역대 정권별로 추진해온 이 같은 노력에 대해 도매금으로 낙제점을 주는 건 묻지마식 평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본지는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중소 혁신기업을 위해 개설된 코스닥시장과 장외시장에 대한 주요 정책들의 장단점을 집중분석했다. 중소 혁신벤처 육성을 위한 취지로 추진된 정권별 정책들의 의미와 한계점을 짚어보면서 박근혜정부에서 추진중인 코넥스(KONEX)의 생산적 발전방향을 모색해보자는 차원에서다.

▶1998~2003년 국민의정부

외환위기 속 경제침제 극복의 핵심정책이 바로 코스닥시장 육성이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치적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국민의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코스닥시장 육성책이 현재 대한민국 정보기술(IT) 산업 융성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벤처투자 열풍에 동반된 '코스닥 붐'도 잠시, 벤처시장 거품이 빠지면서 2000년 한때 2834.4를 기록했던 코스닥지수는 같은 해 말일에는 500대로 급락했다. '성장통'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기업과 은행 중심의 경제성장 방식에 한계를 느낀 당시 금융당국은 1996년 설립된 코스닥증권시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1998년 6월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이전까지 증권거래법상 거래소로 인정받지 못해 자금조달에 규제가 많던 코스닥시장도 거래소 지위를 받게 됐다. 이에 코스닥 등록기업도 양도소득세 감면, 자동경쟁매매 혜택을 입게 됐다.

이 같은 처방책은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1998년 8개에 불과했던 코스닥시장 신규등록 기업은 1999년 160개로 늘었다. 안철수백신연구소(현 안랩), NHN, 다음 등 현재 IT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급기야 1998년 331개였던 전체 코스닥 상장기업 수는 2001년 말 코스피시장 상장기업 수를 넘어섰다. 그해 말엔 700여개의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IT와 바이오 관련 주식이라면 닥치는 대로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로 이어지면서 벌어졌다. 기업정보는 여전히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고 배임과 횡령이 횡행했다. 급기야 신뢰성 위기에 봉착했다. 높은 기세로 성장하던 코스닥시장은 이윽고 얼어붙었다.

코스닥시장에 입성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을 위한 장외주식시장 정책도 초반에 반짝 성과를 냈다.

국민의 정부는 코스닥시장 외에 비상장 중소벤처를 위한 장외주식 호가중개시스템을 개설한 것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이어 세 번째로 문을 연 시장이라고 해서 이를 제3시장으로 불렀다. 제3시장은 2000년 3월 27일 코스닥증권시장 안에서 OTCBB팀이라는 명칭으로 출범했다. 서울 명동 사채시장이나 인터넷, PC통신을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거래돼 거래 투명성이 현저히 떨어지던 비상장주식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였다.

이 시장 역시 좋은 취지가 무색하게 갈수록 부작용에 빠졌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설 브로커 간 거래되던 기존 관행이 유지되면서 거래 사기와 결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있는 세제 혜택과 거래 편익이 없어 장외시장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한계점에 봉착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아온 투자자들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장외주식시장에 투자하기 꺼렸다. 장외주식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만나 거래가 성사되는 자동경쟁매매 방식이 아니라 매도·매매 수요가 있을 때마다 중개인이 거래신고서를 대리 처리해야 하는 유통시스템도 고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신뢰도 낮고 참여자 편익도 약한 장외주식시장이 출범 이후 방치되는 운명을 맞았다.

▶2003~2008년 참여정부

전 정권에서 벌어진 코스닥과 장외시장의 부작용은 다음 정권인 참여정부에 적잖은 짐으로 작용한다.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얼어붙은 시장엔 봄이 오지 않았다. 2000년 초반 5만 명에 달하던 벤처 투자자는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2000년 코스닥지수가 500대로 떨어진 이후 코스닥지수는 연일 600대에 머물렀다.

이에 2005년 노무현정부는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코스닥시장 부활 카드를 꺼냈다. 문제는 시장의 자정기능이 상실된 상황에서 정부의 인위적 진작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데 숙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코스닥시장의 반짝 상승세를 보고 투자에 나선 개미들은 이내 쓴맛을 봤다. 코스닥시장에서 일확천금을 노린 일부 벤처 대주주들이 조직적으로 분식회계, 주가조작, 자금횡령을 일삼았다. 같은 사기를 두 번이나 당한 선한 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에 영영 등을 돌렸다.

설상가상으로 2005년 코스닥과 거래소시장이 통합되면서 IPO 문턱도 두 배로 높아졌다. 신규기업이 코스닥 상장기업이 되기까지 평균 14년의 시간이 걸렸다. 코스닥시장은 지금 당장 자금을 수혈받아야 하는 중소벤처기업으로부터도 외면받기 시작했다.

장외주식시장에 대한 개편 작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장외주식 호가중개시스템(제3시장)은 2005년 7월 13일 들어 프리보드로 개편됐다. 역시 벤처활성화 방안의 일환이었다. 우선 거래소 상장기업들만 누려왔던 소액주주의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프리보드에도 적용했다.

금융당국은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비해 진입요건과 진입절차가 간단하고 공시사항 등 유지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프리보드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같은 전망은 '기우'에 그쳤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장외주식시장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이 제한적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비과세 혜택은 벤처기업 소액주주에게만 해당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주식에 대해서는 양도차익의 각각 20%, 10%를 양도소득세로 떼어갔다. 프리보드의 증권거래세 역시 0.5%로 상장시장의 증권거래세인 0.3%보다 높았다. 설상가상으로 매매방식도 기존 상장시장보다 불편했다. 주식 매도자와 매수자가 의사만 밝히면 자동으로 거래가 성사되는 상장시장의 '자동경쟁매매' 시스템 대신 프리보드 시장에서는 상대매매방식이 주거래 방식으로 제한했다. 상대매매는 누군가가 중간에서 거래조건이 딱 맞는 시장참여자 둘을 중개해줘야 하는 비탄력적 방식이다. 거래 과정에 중개인이 개입하는 만큼 수수료도 뒤따랐다. 요컨대 프리보드는 상장시장보다 투자 리스크도 높은 데다 거래비용도 큰 시장인 셈이다.

▶2008~2013년 이명박정부

실패의 연속에 빠진 중소 벤처자금시장 활성화 정책을 정상궤도에 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침체일로에 빠진 코스닥지수는 나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스닥시장은 2008년 10월 세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2008년 10월 지수는 262대까지 떨어졌다.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수익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녹색성장을 핵심 경제활성화 정책으로 내세운 이명박정부는 녹색 관련 테마주를 앞세워 코스닥시장 재건에 나선다. 2008년 초까지 정부가 밀어붙인 환경관련 기업들 주가는 크게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내 급락했다. 정책의 효과가 외부요인으로 시장 전반에 퍼지지 못한 것이다.

이명박정부 역시 침체에 빠져있는 프리보드를 구제할 방안을 내놓는다. 경쟁매매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거래비용 절감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이 드디어 거론됐다.

하지만 대안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2000년 132개였던 프리보드 기업은 2010년 70개로 감소했다. 프리보드에 속한 벤처기업 수도 같은 기간 57개에서 29개로 줄어들었다. 시가총액과 일평균 거래대금도 각각 1조300억원에서 7700억원으로, 6억7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으로 줄어드는 등 시장 참여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당시 기간까지 총 11년간 프리보드 출신 상장기업은 11개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4개는 우회상장이었다. 반대로 거래소에서 프리보드로 밀린 기업은 같은 기간 24개에 달했다. 프리보드는 성장 가치가 없는 기업들의 상징이 됐다.

▶2013년~ 박근혜정부

중소 벤처 육성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시도된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7월 핀테크 등 기술금융 중심의 중소 벤처 전용 주식시장으로 코넥스(KONEX)를 새롭게 만들었다.

다행히 코넥스시장은 외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외형이 커진 가운데 내실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가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넥스시장 상장기업 수는 2013년 말 45개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88개로 늘었고, 올해 신규상장 기업 수도 22개 업체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3년 말 3억9000만원에서 18억6000만원으로 늘었고, 일평균 거래량 역시 6만1000주에서 14만9000주로 성장했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규모가 여전히 코스닥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 데다 신규 상장기업 수도 2013년 45개, 2014년 34개에 비해 올해에는 현재까지 22개에 그쳤다.

정부는 코넥스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6월 29일 기본예탁금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기본예탁금 규제완화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7월 27일에는 소액투자전용계좌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투자자 유인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 따른 시장 반응은 아직까지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성장의 정체를 맞고 있는 이유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코넥스시장과 2014년 8월 프리보드 후속으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출범시킨 K-OTC가 함께 공존하는 데에서 말썽을 빚고 있다. K-OTC라는 장외시장이 있는데 또 다른 코넥스라는 시장이 등장한 탓에 코넥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지도가 낮은 것이다. 더구나 그나마 유지해오던 K-OTC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장외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감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우선 프리보드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2007년 5523억원에서 나날이 줄어드는 추세다. 박근혜정부 출범 시기 프리보드에는 60여개의 회사가 등록됐고 시가총액 규모는 8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렇다 보니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2억원에 그쳤다. 유동성이 거의 없는 시장이었다. 우량기업들은 '부정의 온상'이 된 프리보드 시장에 진입하기를 꺼렸다. 거래소에서 밀린 기업들이나 부실한 기업들이 주로 프리보드를 채웠다. 더욱이 코넥스시장이 출범하면서 프리보드시장은 입지를 잃었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는 기존 프리보드시장을 K-OTC 시장으로 개편했다. 장외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이었던 허수호가와 결제불이행 등의 문제를 개선하면서 영세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K-OTC는 거래를 증권회사를 통해 할 수 있게 해 거래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했다. 하지만 K-OTC 역시 장외주식시장의 유동성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매출규제가 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K-OTC에서는 소액주주가 수천명이 넘는 기업이더라도 주식공모실적이 없다면 거래할 수가 없다.

코넥스의 투명성도 도마에 올랐다.


코스닥 시장은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분기보고서를 정기 공시하고 상장법인의 영업 및 생산활동, 재무, 경영활동 등 관련 주요경영사항 54개 항목을 수시 공시토록 하는 반면, 코넥스는 정기 공시 가운데 분기·반기보고서는 면제되고 수시 공시 항목도 29개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올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3개,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단 2개에 불과했다.

코넥스에 바이오업체 중심으로 업종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점도 시장 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병용 김용훈 고민서 김은희 기자 원희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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