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의 한국의 골프장 산책)전남 순천 파인힐스CC

파이낸셜뉴스       2015.11.25 12:43   수정 : 2015.11.25 13:45기사원문



순천(전남)=정대균골프전문기자】소나무 숲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솔향이 코를 비집고 들어와 폐부 깊숙이 자리를 잡는다. 그 향기에 취해 눈을 지그시 감고서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가 내뿜기를 반복해본다. 기분이 저절로 상쾌해진다. 내친 김에 따끈한 솔잎차를 한모금 입에 머금고 굴리고 굴려 아예 그 향기에서 헤어나지 못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사방을 둘러봐도 절개의 표상인 소나무 천지다.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듯 그 사이로 붉을대로 붉어진 홍시가 수줍게 고개를 살짝 내밀고 군락을 이룬 대나무 숲이 바람에 스치며 춤을 춘다. 그리고 멀리 촌가의 지붕 끝 굴뚝 위로 연기가 분주히 솟아 오른다.

문득 기억 한 켠에 저만치 떨어져 있던 '고향'이라는 단어가 불쑥 떠오른다. 순간 코 끝이 찡해진다. 이렇듯 시인 박목월이 노래한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 있는 남도 삼백리의 마지막 풍경을 고스란이 간직한 골프장이 있다. '남도 1번지', '정(情)이 있는 골프장'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니는 전남 순천 파인힐스CC(대표이사 서형종)다. 이 골프장은 소나무 숲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조계산 도립공원 자락에 조성돼 있다. 소나무 언덕이라는 의미의 파인힐스도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2004년 11월에 27홀 회원제 골프장으로 그랜드오픈하자마자 이 곳은 호남지역 최고 명문 코스로 평가를 받았다. 코스 레이아웃은 말할 것도 없고 서비스 측면에서도 향도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골프장이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호남 최초로 억대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충분히 입증된다. 고객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는 다양한 서비스 프로그램은 호남 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골프장들이 앞다퉈 벤치마킹 할 정도다. 캐디 복장 자율화와 그린피를 시간대별로 차등적용하는 '플렉시블 그린피'와 우천시에도 라운드하는 고객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레인보우 페스티벌' 등이 대표적이다.

파인힐스는 골프장과 지역주민간 화합의 모델 사례로도 꼽히고 있다. 거기에는 지역 주민들에게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문화를 접목해 대성공을 거뒀다. 이 골프장은 매년 다양한 장르의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린 음악회, 야외 가족극장, 재즈콘서트의 밤, 연극공연 등이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타지에서 먼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고객들에게는 남도의 질펀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대접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영남지역 골퍼들이 즐겨 찾는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영호남 화합의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로널드 프림(미국)에 의해 설계됐다. 프림은 나인브릿지클럽 제주, 경기도 용인 아시아나CC, 강원도 용평 버치힐CC를 디자인한 인물이다. 프림이 설계한 코스 답게 전제척으로 페어웨이와 그린의 언듈레이션이 심하다는 파인힐스 코스의 특징이다. 그만큼 난이도가 있다는 얘기다. 원래의 자연을 최대한 살려 조성되어서인지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특히 골프장 바로 뒷쪽에 승보사찰인 송광사와 태고종의 본산으로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는 고찰 선암사가 위치해 있어서인지 전체적인 선(線)이 관음보살상의 미소처럼 온화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다.

파인코스(파36·3494야드)는 사계절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송림, 암반 등 천혜의 자연경관과 지형을 이용해 조성되었다. 3개 코스 중에서도 특히 정확한 샷을 요구하며 인내심과 끈기로 한계에 도전하는 남성적인 역동적 코스다. 레이크코스(파36·3421야드)는 크고 작은 마운드와 레이크의 조화가 아름다운 코스다. 욕심버리고 자연에 순응해야 공략이 용이하다. 골퍼의 실력을 엄격히 적용하는 섬세한 여성적 코스에 가깝다. 힐코스(파36·3386야드)는 토성칠교의 전설과 함게 고향의 정취와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업다운이 다소 심하고 도처에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어 전략적 공략을 요하는 변화무쌍하고 다이나믹한 코스다.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으로 회자되는 파인힐스는 개장 이후 두 차례의 전환점을 마련하게 된다. 그 첫 번째는 2012년에 단행한 대중제로의 전환이다. 이는 우리나라 골프장 산업이 겪고 있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 일환이었다. 그리고 그 모험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불경기로 줄어들었던 내장객수가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하면서 파생된 그린피 인하가 가져다 준 파급효과였다.

두 번째는 골프텔 완공이다. 파인힐스의 숙박시설은 골퍼들의 숙원사업이나 마찬가지였다. 왜냐면 몇 일간 체류하고 싶어도 인근에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는데다 순천 시내까지는 30분 이상이 걸려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3일 클럽하우스 오른편에 파인힐스CC 호텔이 오픈하므로써 골퍼들의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게 됐다. 지상 5층 규모로 2인실 27실, 4인실 9실 등 총 36실이다. 건너편 클럽하우스 2층 레스토랑에 100석 규모의 좌석을 갖추고 있어 단체팀의 비즈니스 미팅장, 연회장, 회식 장소 등으로도 제격이다. 전 객실에는 편안한 수면을 돕는 특급호텔 수준의 침구를 비치했다. 호텔 전체 객실에서는 파인힐스CC 전경이 조망된다.

호텔 오픈으로 파인힐스는 동생뻘인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와 함께 남도의 대표적 가족 단위 체류형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게다가 주변에는 관광지가 즐비한데다 먹거리마저 풍부해 금상첨화다. 조계산 자락에 위치한 송광사와 선암사 등 천년 고찰을 비롯해 주암호, 순천만, 낙안읍성 등 다양하다. 조금만 더 가면 국립해상공원의 중심인 여수 관광지도 섭렵할 수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도 지근거리다. 사시사철 제철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겨울이 오면 굴, 매생이, 꼬막 등이 인기다.
섬진강 참게탕과 짱뚱어탕도 일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면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았다. 나도 그런 마음이 간절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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