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블랙홀'이 삼켜버린 경제정책

파이낸셜뉴스       2016.03.22 17:08   수정 : 2016.03.22 18:32기사원문
줄줄이 밀린 정책들, 규제프리존 특별법 19대 국회 처리 무산될듯
면세점 추가 선정도 총선 이후로 연기 가능성
정부의 눈치보기? 여성·청년일자리 대책 내달 말로 발표 미뤄
표심에 영향 줄라 구조개혁도 올스톱



선거정국에 맞물려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비롯해 면세점 추가사업자 선정 문제, 여성·청년일자리 대책 등 정부가 이달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핵심 경제정책들이 줄줄이 차질·지연사태를 빚고 있다. 여야 공히 4·13 총선을 '경제전쟁'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핵심 경제정책들이 '자의반 타의반' 총선 정국에 휘말리면서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잃어버린 시간'이 현실화될 공산이 커보인다.

22일 기획재정부와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 여당 간사) 주도로 의원 발의하기로 한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사실상 19대 국회(5월 29일 종료) 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강석훈 의원의 당내 공천탈락으로 당정협의를 통해 이달 말까지 하기로 한 법안발의도 불투명한 상태다. 해당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규제혁신의 완결판으로 불린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드론·사물인터넷 등 총 27개 전략사업을 선정, 관련 규제를 철폐해 외국의 경제특구 수준으로 최적화된 신산업 육성 환경을 만드는 게 골자다.

기재부는 당초 5월 말까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 아래 법안 발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정부 발의 대신 의원 발의를 추진했다. 여야 의원 모두 지역발전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며 19대 국회 통과를 자신하던 터였다. 하지만 전날 여권 핵심 인사의 예상치 못한 공천탈락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공동발의할 다른 의원이 주도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까지는 그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향후 규제프리존 특별법 발의를 어떻게 추진할지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달 말까지 내놓기로 한 여성·청년일자리 대책도 지난 15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관련 현장 방문을 계기로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점쳐졌으나 다음달로 연기된 상태다. 기재부 측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 중인 일자리 사업 중간평가를 반영하려면 실무적으로 4월 말에나 (대책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당은 청년 표심 확보를 위해 청년실업자 현금지원을 비롯해 청년고용할당제 민간 확대 및 비율 상향 조정 등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어 자칫 선거결과에 따라 정책주도권을 놓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면세점 개편안의 핵심인 롯데·SK네트웍스 등 추가사업자 지정 문제 역시 이달에서 다음달 총선 이후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면세점업계 내 '밥그릇 싸움'이 가열되고 있는 데다 총선 과정에서 야당 측의 대기업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정책 휴지기 현상은 △총선 결과에 따른 정책구도 변화 가능성 △선거 정국에 정책이 묻히거나 공세 논리에 휘말릴 개연성 차단 △여당 내 인적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전 기재부 장관)은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자칫 선심성 정책을 펼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정무적 판단'을 앞세울 경우 총선 직후인 다음달 19일까지 유일호 부총리 취임 100일간 별다른 정책성과도 내지 못한 채 상반기를 흘려보낼 공산이 크다. 파견법 등 노동4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핵심 경제법안 처리는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총선 이후에도 6~7월 국회 원구성 등으로 결국 법안을 수반하는 주요 사업들은 하반기나 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표'에 영향이 올 수 있다고 해서 정책추진을 미루는 경우가 왕왕 있었으나 총선은 총선대로 가고, 민생은 민생대로 가야 한다"면서 "국가정책이 선거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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