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중남미 수출 전진기지.. 한국기업 '신대륙' 열린다
파이낸셜뉴스
2016.04.05 05:59
수정 : 2016.04.05 06:01기사원문
한·멕시코 FTA 협상 '물꼬'
인건비 비싸진 中 대신할 '포스트 차이나'로도 부상
양국 FTA 체결땐 한국 車·철강 등 수혜 기대
朴대통령의 '문화 외교'
【 멕시코시티(멕시코).서울=조창원 정지우 기자】 거대시장인 북미와 중남미 시장 공략을 위한 최적의 교두보로 꼽히는 멕시코시장의 빗장이 열린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급성장하는 멕시코 내수시장 진출 확대와 거대시장인 북미와 중남미 수출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필수적인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물꼬를 텄다.
동아시아 기적을 이끈 아시아 호랑이에 빗댄 '아즈텍 호랑이'면서 중국의 원가경쟁력을 넘어서는 '포스트 차이나' 위상과 북남미 시장의 수출 전진기지로 거듭난 '제조업 허브'라는 찬사를 동시에 얻은 멕시코 시장이 우리나라에 '신대륙'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멕시코가 우리나라의 블루오션 시장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글로벌 저성장 국면 탓에 우리나라의 기존 수출전선은 악화된 데다 마땅한 신시장 확보도 여의치 않다. 중남미 국가 가운데 독보적 성장을 구가하면서 거대 내수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데다 대외 수출을 위한 원가경쟁력과 지리적 이점을 두루 갖춘 국가가 멕시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멕시코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1687억달러로 일인당 GDP는 9739달러다. 세계에서 GDP 순위 13위다. 한국은 1조4351억달러로 두 단계 위인 11위다. 교역은 수출 4033억달러, 수입 4166억달러, 경제성장률은 2.5%를 기록했다.
멕시코 수출의 81%는 미국이다. 거대 소비시장을 이루고 있는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멕시코를 수출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다. 멕시코는 제조업 비중이 89%이며 이 가운데서도 자동차 제조업 수출이 30%로 멕시코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우리 또한 제조업 강국이며 자동차와 차 부품 등에 대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멕시코에서 우리나라 제조업과 결합을 통한 시너지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전자기기 비중은 20%다. 미국 인접지역에서 생산되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보세 가전제품이 대부분이다. 전자제품도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주요 공산품 중 하나라는 점에서 가전제품 수출 전략기지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산업부 관계자는 "멕시코는 45개국과 15개의 FTA를 체결하고 TPP 원년 멤버로 참여하는 등 FTA 허브국가로 자리매김했다"면서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지리적 이점과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이용한 제조업 생산기지로서 멕시코의 전략적 중요성이 재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양국 시너지 극대화 기대
한.멕시코 FTA에서 업종별 실익을 따져보기 위해선 양국이 과거 FTA 추진을 중단했던 배경을 파악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멕시코 FTA 협상 중단은 세계의 흐름보다는 서로 한발 먼저 양보하지 못한 채 욕심만 채우려다 빚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멕시코 FTA 협상은 200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국은 당시 한.멕시코 경제공동위원회를 열고 민간협력 강화, 투자보장협정 체결, FTA 연구 등 3단계 FTA 추진방안을 협의했다. 이후 6년 동안 지지부진한 협의를 이어오다 FTA보다 2006년 2월 '포괄범위 및 자유화 수준이 낮은' 전략적경제보완협정(SECA)을 추진키로 했다.
우리는 FTA를 원했지만 자국 산업계의 반대에 부딪힌 멕시코 정부가 내놓은 고육책이었다. FTA 전단계로 경제적 관계가 있는 특정 부분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개발했던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보완협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2006년 6월까지 SECA 협상을 3차례밖에 열지 못했다. 자국 산업계의 반대 때문이다.
양국은 1년 뒤인 2007년 8월 협상 재개를 선언하면서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로 가닥을 잡았지만 2008년 6월을 끝으로 다시 중단했다.
우리 정부는 멕시코 시장의 주요 공산품 양허와 정부 조달시장 개방에 관심이 있지만 멕시코 정부는 이에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반면 우리에게는 농산물에 대해 즉시 관세 철폐만 끊임없이 요구해 협상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FTA에서도 농산물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다만 양국이 과거의 실패를 경험 삼아 이번 FTA 협상에선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FTA를 통한 양국의 기대이익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자동차.철강.전자 등 주력 수출품의 고관세 철폐와 최근 멕시코에 진출하는 우리나라 투자자의 보호 강화, FTA 체결국 기업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멕시코 조달시장(832억달러 규모) 진출이 기대된다.
멕시코 역시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비해 경쟁력이 밀렸던 자동차, 농산품 등의 한국시장 수출 확대를 비롯해 동북아로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대미 교역의존도를 낮추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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