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 공인중개사 자격취득 바람부나

파이낸셜뉴스       2016.04.11 17:21   수정 : 2016.04.11 21:59기사원문
전문직, 새로운 수익원 개척 新풍속도..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여부' 법적공방
불황에 전문직 경쟁 치열.. 새로운 영역 개척에 갈등

최근 일부 변호사들이 부동산 중개 법률자문에 나서면서 법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아예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 본격적으로 부동산 중개 시장에 진출하는 변호사까지 등장했다.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아 법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등장한 새로운 풍속도다.

그러나 '밥그릇'을 지키려는 중개업계와 뺏으려는 변호사업계 간 갈등은 점점 심화되는 양상이다. 변호사 뿐 아니라 대표적 고소득 전문직인 의사들 간 밥그릇 싸움도 예외는 아니어서 법정공방으로 치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파격 조건'에 진출… 갈등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변호사들이 설립한 첫 부동산 중개업체인 T사는 '법률자문료'로 공인중개사 수수료의 절반 이하인 45만~99만원을 받는다는 점을 내걸며 이목을 끌었다.

지난달 T사가 첫 거래를 성사시키자 한 공인중개사 단체가 업체 대표변호사를 경찰에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데 이어 최근 검찰이 수사에 착수, 법적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간 공인중개사 업계는 T사가 "직거래를 기반으로 부동산 중개과정에서 법률자문만을 제공한다"며 중개업 시장 진출에 나선 직후부터 '공인중개사법상 무등록.무자격 중개행위'라며 반발해왔다.

이런 논란 속에 공인중개사 자격을 직접 취득한 뒤 중개업무에 나선 변호사도 나왔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법률사무소 '아신'의 고보경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여)는 지난해 11월 공인중개사 자격을 딴 뒤 구청에 공인중개사 업무를 등록, 4명의 중개보조원까지 고용하면서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중개사 자격을 갖고 있는 법조인은 더러 있지만 변호사가 공인중개사 자격을 따고 해당 업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업체가 내걸고 있는 거래조건은 파격적이다. 중개과정에서 수반되는 법률자문료는 33만~77만원이다. 중개수수료는 집주인(매도인)이나 임대인은 아예 무료로, 매수인이나 임차인에게는 중개보수 상한선의 반값만 받는다.

일찍이 T사와 같은 법적논란을 예상해 중개사 자격을 취득했다는 고 변호사는 "변호사 시장이 과열되면서 관심도 있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부동산 중개를 택했다"며 "수수료 부담을 낮춰 고정고객을 많이 확보, 장기적으로는 고객의 부동산 자산관리부터 법률상담까지 원스탑 서비스를 해주는 틈새전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치과의사 보톡스 허용' 여부 등 의료계도 갈등

법조계가 유사직역 업무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 달리 의료계의 '밥그릇 싸움'은 '진료 범위'를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천연물 신약'을 둘러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천연물신약 처방권을 양의사에게만 부여한 현행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가 무효라며 한의협이 식약처를 낸 소송이지만 항소심에서 의협이 식약처 보조 참가인으로 참가하며 양 단체 간 공방으로 확대된 상태다.

천연물 신약 처방과 개발을 할 수 있도록 고시 개정 가능성을 열어둔 1심과 달리 항소심이 "천연물 신약은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최근에는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을 허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료계간 또 다른 법적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눈가와 미간 주름치료를 위해 피부.성형외과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보톡스 시술'을 했다가 1.2심에서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를 받은 치과의사 사건이 발단이 됐다.

이 사건에서 치과의사협회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자문을 받아 정씨를, 의협과 피부과의사협회는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검찰을 측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치과 의료행위 대상인 구강과 악안면 등과 관련된 다른 부위 치료를 위해 보톡스를 할 수 있는지 여부다. 논란이 계속되자 사건을 지난달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대법원은 다음달 공개변론을 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되면 해결할 문제가 있더라도 변호사나 비급여 진료가 많은 치과, 피부과 등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불황과 과열경쟁 탓에 기존 업무 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시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되면서 의사와 변호사들도 생존전략으로 다른 영역에 눈을 돌리며 불가피하게 밥그릇 싸움이 재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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