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과의 강렬한 눈빛 교환

파이낸셜뉴스       2016.04.18 17:13   수정 : 2016.04.18 17:13기사원문
강형구 '놀라고 있는 앤디 워홀'



현대미술에서 유명인들의 모습을 차용하는 주된 이유는 그 유명세에 있다. 이들의 유명세는 '누구나 아는 사람'이라는 보편적 이미지를 공유하지만, 작가는 때론 보편적 이미지에 반하는 사적 감성을 작품에 함께 표현하곤 한다. 강형구 작가(61)의 작품 속 유명인들은 이렇듯 보편적이지만 사적인 감성영역의 경계에 있다고 보인다.

작품에서 묘사된 유명인들의 모습은 마치 언젠가 어디에서 본 듯한 사진을 거대하게 확대한 듯하지만 실은 작가가 유명인 개개인의 사진을 수집하고 여기에 상상력을 입혀 창출한 것이다. 사진의 이미지가 살아있는 듯 돌아오는 과정은 또 어떠한가. 모호한 '자살'로 드라마틱하게 삶의 종지부를 맺은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늙어가고, 자화상 속에만 존재하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강한 눈빛에 순간 심장이 멎기도 한다. 강형구 작가의 인물화는 실존 인물을 소재로 그린 가장 사실적 화면인 동시에 가장 극적인 인공미를 드러내는 허구의 드라마다.

드라마라는 표현은 강형구 작가의 작품에 매우 적절하다. '놀라고 있는 앤디 워홀'을 다시 보자. 뭉툭한 코와 뻣뻣한 은발을 보고 화면의 주인공이 앤디 워홀이라는 사실을 단숨에 알아낼 수 있다. 알루미늄 패널을 긁어서 만든 자유로운 선들로 이루어진 은발의 반짝임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피부 결과 주름이 만드는 추상적인 표면과 대비를 이루면서 더욱 생생해진다. 앤디 워홀은 고개를 들고 아래를 쳐다보고 있다. 관람자인 나를 쳐다보는 눈에 나의 시선이 정확하게 꽂힌다.
강렬한 눈빛을 교환하는 단 한 번의 강렬한 경험이 어떤 장황한 서사보다 더 생생한 친밀감과 드라마를 전달한다는 것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악수와 아이컨택이라는 실로 오래된 정치인들의 제스처를 경험한 또 한 번의 시기가 지났다. 그들이 전달한 친밀감과 드라마가 허구가 아니길, 그들이 지녀야 할 책무의 기반이 되길 기대해 본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