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시재생인가
파이낸셜뉴스
2016.04.24 17:11
수정 : 2016.04.24 17:11기사원문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 과정을 거쳤던 나라에서 폐쇄된 발전소나 철도역사, 심지어 도살장, 감옥까지 훌륭하게 재활용되고 있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도심공동화 현상에 골머리를 앓았던 도심 뒷골목이 개성 있는 공방으로 탈바꿈해 세계 수준의 명품을 생산하는 '생산의 장'이 되고 그곳에 관광객이 모여드는 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도 달라졌다. 1999년 조업이 중단돼 10년 이상 방치됐던 거대한 옛 청주연초제조창이 문화산업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철거해 아파트단지로 건설될 예정이었던 이 시설을 시가 매입해 훌륭한 첨단문화산업단지를 조성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남은 시설의 일부가 드라마 촬영장과 전시체험관으로 활용되고, 또 다른 건물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들어서게 됐다. 2011년에 이어 2013년, 2015년에도 청주국제비엔날레를 이 낡은 건물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해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소위 세계적 아트팩토리 프로젝트가 한국 지방도시의 폐쇄된 담배공장에서 펼쳐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토.도시정책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지 않겠는가. 종합적이고 구조개편을 위한 국토.도시정책은 생활환경 개선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신개발 중심 정책은 도시의 성장을 관리하고 정비·복원하는 방향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은 도시의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접근할 수 있으나 가능한 한 자족적이고 내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장소 중심으로 통합해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의 소득향상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삶의 질 향상과 매력도를 높여 기존 인구의 유출을 막고 새로운 인구를 유입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특색 있고 창조적인 도시문화를 창출하고 지역의 자산 활용과 정체성 찾기를 지향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도시 쇠퇴 현상을 겪은 선진사회는 예외 없이 도시재생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기존 시가지 활성화를 위해 공공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원도심을 비롯한 도시 내 쇠퇴지역의 기능을 증진시키고 지역공동체를 복원해 자생적 도시재생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방치되거나 철거 대상이었던 도시 내 쇠퇴 지역의 골칫덩어리들이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값진 지역자산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그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빈 건물.점포, 허름한 뒷골목, 그리고 태백의 폐탄광 지대가 예술창작의 장이 되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마을기업.협동조합을 통한 공유경제의 산실이 되어 새로운 창조산업지대로 재탄생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화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 시기는 우리의 노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
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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