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기암절벽들, 깜짝 놀랄 반전이 숨어있네

파이낸셜뉴스       2016.05.02 16:44   수정 : 2016.05.02 16:44기사원문
중국 작가 리우웨이 개인전



6점의 대형 흑백 사진에 산수가 절경이다. 좀더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가니, 웬걸. 높이 추켜세운 사람들의 엉덩이다. 무성한 수풀과 날아든 새들은 사실 체모와 모기. 중국 작가 리우웨이(44)의 '풍경처럼'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2004년 상하이 비엔날레에서 처음 선보였다. 당초 작가는 실제 화물열차를 활용해 비엔날레 참여가 허가되지 않은 작품들을 전시할 요량이었는데 출품 절차가 진행되던 중 느닷없이 브레이크가 걸렸다. 작품을 출품하려면 규모를 축소하거나 수정하라는 주최측의 통보였다. 작가는 아예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주최측에 대한 냉소와 조롱을 담은 이 작품이다. 표면적으로 전통적인 중국의 산수화로 보이는 탓에 작품은 주최측의 환대를 받았다. 게다가 이 작품이 상하이 비엔날레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당시 신진 작가였던 그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중국 현대미술의 차세대 대표작가로 불리는 리우웨이가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개인전 '리우웨이:파노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제목에서 보듯 '풍경'을 주제로 설치, 회화, 사진, 영상 등 그의 대표적인 작품 12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999년 데뷔작 '참을 수 없는'부터 플라토 미술관의 글래스 파필리온에 맞춘 신작 '파노라마'까지 작가의 20년에 가까운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서구의 시각에 길들여진 중국의 이미지에 반대해온 그는 중국 사회를 중국인 스스로의 반성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중국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했고 빠르고 편리한 방법보다 노동 집약적인 수작업으로 접근했다. 특히 건축 폐기물이나 버려진 책을 활용함으로써 개발의 현장이 된 중국과 도시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들은 작가의 인류 문명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예컨대 '룩! 북'(2014년)은 지식과 문명의 상징인 책을 재료로 삼아 거대한 바위, 마천루의 도시 풍경 등으로 재탄생시켰다. 또 '하찮은 실수' 연작은 재개발 현장에서 버려진 목재로 만든 조형물로, 중세 서구의 건물들을 연상시킨다.


이번 전시는 플라토의 마지막 전시라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난 리우웨이는 "좋은 전시공간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데 플라토마저 폐관한다니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 전시관의 공간성이 내게 창작적인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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