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꽉 차있지만 비어 있는..
파이낸셜뉴스
2016.05.05 17:10
수정 : 2016.05.26 09:07기사원문
작품에 드러나는 시간적 진행을 시각화하는 정상화 화백(84)은 한국 단색화의 대표주자다. 프랑스 생 테티엔 미술관장이자 저명한 미술사학자인 로랑 헤기는 "그의 단색의 화폭은 자연스러움, 정지된 고요함, 그리고 감정을 배제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이라고 말했다. '무제 87-7-A'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무수한 사각형의 형태는 안료를 바르고 다시 떼어내고 또 바르는 연속적인 작업의 흔적이자 정상화 작품의 요체이다. 선명한 푸른 색은 그가 청소년기를 보낸 곳이 항구도시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정상화 화백은 안료를 통해 흔적을 남기는 표현의 행위 이전에 화면 그 자체를 사유의 공간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즉 비어 있는 벽면을 향해 정좌하고는 묵상 삼매에 빠져드는 선정이나 자신의 존재를 탈각하고 오로지 무명성, 익명성으로 남기 위한 치열한 수신의 경지에 이른 도가(道家)의 방법을 연상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변지애 K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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